화재사고 치료 중 별세…허범욱 감독 유작 ‘구제역 돼지’, 8월 5일 개봉 연기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애니메이션 감독 허범욱이 지난 23일 불의의 화재사고를 당한 뒤 치료를 받던 중 28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43세.
오는 8월 5일 예정했던 신작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의 개봉은 잠정 연기됐다. 작품은 고인의 유작으로 남았다.
제작사 인디스토리는 28일 공식입장을 통해 “장편 애니메이션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의 개봉을 기다려 주신 관객 여러분과 언론 관계자 여러분께 갑작스럽고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돼 진심으로 무거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허범욱 감독님께서 지난 7월 23일 불의의 화재사고로 치료를 받던 중 오늘 7월 28일 새벽 유명을 달리하셨다”고 전했다.
인디스토리는 당초 8월 5일로 잡았던 개봉 일정도 미뤘다.
제작사 측은 “이에 따라 예정돼 있던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의 개봉을 잠정 연기하게 됐다”며 “추후 개봉 및 관련 일정은 유가족분들과 제작진이 마음을 추스른 뒤 다시 안내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객 여러분과 언론 관계자 여러분의 깊은 이해와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고인을 향한 애도도 전했다. 인디스토리는 “한국 애니메이션을 위해 열정을 바치신 고 허범욱 감독님을 깊이 애도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4일 예정했던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 언론시사회는 당일 오전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허 감독이 화재사고를 당한 다음 날이었다. 나흘 뒤 별세 소식과 함께 개봉 연기까지 전해지며 영화계의 안타까움이 커졌다.
1983년생인 허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 연출을 전공했다.
단편 ‘평범한 식사’, ‘선량한 인간들의 도시’, ‘갈라파고스’ 등을 통해 인간 사회의 폭력성과 모순을 파고드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장편 데뷔작 ‘창백한 얼굴들’로 국내외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창백한 얼굴들’은 2015년 네덜란드 홀랜드 애니메이션 영화제 장편 부문 그랑프리를 받았다. 한국 독립 장편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허 감독은 이후 약 10년 만에 두 번째 장편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를 완성했다.
작품은 구제역에서 홀로 살아남은 뒤 인간이 되려는 ‘돼지H’와 어린 시절부터 괴롭힘에 시달려 인간의 삶을 포기하고 싶어 하는 ‘최정석’의 이야기를 그렸다.
인간이 되려는 돼지와 짐승으로 변해가는 인간의 생존을 통해 현대 사회의 폭력성과 인간성의 본질을 담아냈다.
개봉 전부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안시와 시체스, 부천 등 세계 35개 영화제에 초청됐다.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성우 남도형과 배우 한우진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다. 한우진은 1인 30역의 모션캡처 연기를 소화해 화제를 모았다.
첫 장편으로 세계 무대의 문을 열었던 허 감독은 두 번째 작품으로 다시 관객과 만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끝내 국내 개봉을 직접 지켜보지 못하게 됐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장례식장 특3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30일 오전 8시이며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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