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가수 몸은 환호하고 女가수 노출엔 성 상품화…비비 논란이 꺼낸 질문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남성 가수가 상의를 벗으면 대체로 환호가 쏟아진다. 여성 가수가 비키니를 입으면 ‘선정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모든 무대를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퍼포먼스의 동작과 맥락, 수위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의 노출만 떼어놓고 보면 남성과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 차는 분명하다.
박재범과 백호 등 남성 가수들은 ‘워터밤’ 무대에서 상의를 벗고 근육질 몸을 드러내며 환호를 받았다. 남성 댄서들의 상의 탈의도 공연에서 흔하게 등장한다.
반면 권은비와 비비 등 여성 가수에게는 노출 의상만으로도 선정성 논란이 반복된다. 남성의 몸은 공연을 달구는 장치로 소비하면서 여성의 몸에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워터밤 서울 2026’에서는 비비가 논쟁의 중심에 섰다.
비비는 흰색 밀착 점프슈트를 입고 공연을 시작했다. 무대 도중 지퍼를 내리고 점프슈트를 벗어 비키니 의상을 드러냈다. 만 19세 이상 관람 가능한 ‘워터밤’에서는 낯설지 않은 연출이다.
논란은 비키니 자체보다 이후 퍼포먼스에서 커졌다.
비비는 남성 댄서들에게 둘러싸인 채 무릎을 꿇었다. 댄서들이 허리춤 높이로 내린 마이크에 입을 대고 노래했다.
일부에서는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연출이라며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대중 앞에 공개한 무대인 만큼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지적이다. 표현의 자유에는 평가와 비판도 따라붙는다.
문제는 비판이 그 장면에서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비의 특정 동작에 대한 지적은 곧 비키니와 몸매, 여성 가수의 노출 전체를 향한 비난으로 번졌다. 퍼포먼스의 맥락을 따지기보다 “여자가 왜 저렇게까지 벗느냐”는 식의 반응도 뒤따랐다.
여기서 이중잣대 논쟁은 시작한다.
‘워터밤’을 둘러싼 선정성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권은비는 비키니와 크롭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라 ‘워터밤 여신’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동시에 노래보다 몸매와 노출만 부각된다는 평가도 받았다.
찬사와 비판 모두 음악보다 여성의 신체에 집중했다.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무대를 보여줬는지보다 몸매가 먼저 기사 제목과 댓글을 차지했다.
남성 가수의 무대는 상대적으로 단순하게 소비된다.

박재범은 상의를 벗고 근육질 몸을 드러내며 공연을 펼쳤다. 백호 역시 과감한 상의 탈의로 화제를 모았다. 이들의 몸은 ‘섹시하다’, ‘워터밤에 어울린다’는 반응과 함께 무대를 완성하는 볼거리로 받아들여졌다.
남성 댄서가 상의를 벗은 채 여성 가수 주변에서 춤추는 장면도 자연스러운 공연 연출로 소비돼 왔다.
남성의 노출에는 환호하면서 여성의 노출에는 성 상품화라는 비판부터 내놓는다면 공정한 기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박재범과 백호의 단순한 상의 탈의, 비비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똑같은 퍼포먼스라고 주장해서도 안 된다. 행위의 수위와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비의 특정 연출은 비판할 수 있다. 그렇다고 비판의 근거를 그의 성별과 비키니로 넓혀서는 안 된다.
남성 가수가 같은 동작을 선보였어도 똑같이 문제 삼았을 것인지 묻는 과정도 필요하다. 반대로 여성 가수의 단순한 노출까지 선정성으로 규정한다면 그 역시 이중잣대다.
표현의 자유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비판의 잣대는, 출연자의 성별과 상관없이 같아야 한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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