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예능이 다시 시골로 향하고 있다.

다만 과거처럼 스타를 농촌에 데려다 놓고 낯선 환경에서 고생시키는 방식만은 아니다. 목장에서 일하고, 마을에서 함께 살고, 주민의 하루에 들어간다. 농촌은 더 이상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관계와 노동, 쉼과 지역성을 담는 예능의 무대가 되고 있다.

KBS1 ‘황신혜의 같이 삽시다’는 농촌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싱글들의 관찰 예능이다. 이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싱글들이 동거 생활을 하며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되짚는 관찰 예능이다. 포천의 농촌 마을에 들어간 출연자들은 주민을 만나고, 마을 골목을 걷고, 지역의 음식과 정서를 경험한다. 농촌을 체험의 장소로 소비하기보다,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관계를 새로 맺는 공간으로 바라본다.

황신혜, 신계숙, 양정아 등 출연진의 조합도 프로그램의 결을 만든다. 도시적 이미지가 강한 배우, 농촌 출신으로 생활 감각이 있는 인물, 솔직한 리액션을 가진 출연자가 함께 놓이면서 생활의 차이가 웃음과 공감을 만든다. 이들이 시골집을 정비하고, 이웃과 인사를 나누고, 장을 보고 밥상을 차리는 과정은 큰 사건 없이도 잔잔한 몰입을 준다.

tvN ‘콩 심은 데 콩 나는 가고팜 하고팜 동물농장’은 제주도 목장을 배경으로 이광수, 김우빈, 도경수의 팜스테이를 담는다.

‘콩콩팜팜’의 재미는 노동에서 나온다. 이광수, 김우빈, 도경수는 제주도 젖소 목장과 말 목장을 오가며 낯선 일에 적응한다. 소똥을 나르고, 목장 일을 배우고, 동물 앞에서 당황하는 과정이 웃음을 만든다.

이 프로그램이 가진 힘은 출연자들의 관계성에도 있다. 이광수, 김우빈, 도경수는 이미 친분이 잘 알려진 조합이다. 서로의 성격과 빈틈을 잘 알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웃음으로 이어진다. 농촌이라는 공간은 이들의 친밀한 관계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SBS 새 예능 ‘제철리 마을회관’은 도시에서 모인 청년들이 시골 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하루를 만들어가는 지역 상생 버라이어티를 표방한다.

이 프로그램은 도시에서 모인 다섯 청년이 시골 마을 곳곳을 누비며 재능을 나누고, 주민들과 함께 하루를 만들어가는 1박 2일 리얼 버라이어티다. 김대호, 송가인, 조나단, 박은영 셰프, 오마이걸 효정이 ‘제철리 청년회’로 뭉친다.

특히 송가인의 합류는 프로그램의 정서를 분명하게 만든다. 송가인은 트로트 무대에서 쌓은 친근함과 어르신 세대와의 접점을 갖고 있다.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예능에서 송가인의 존재는 단순한 출연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노래와 입담, 정서적 친밀감으로 주민들과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는 인물이다.

조나단은 특유의 밝은 리액션과 적응력으로 분위기를 만든다. 박은영 셰프는 음식과 장사의 감각을 더하고, 효정은 밝은 에너지로 세대 간 거리를 좁힌다. ‘제철리 마을회관’은 이 조합을 통해 농촌을 찾은 스타들이 주민과 어떤 방식으로 하루를 나누는지를 보여줄 전망이다.

농촌 예능은 출연자의 민낯을 보여주기 쉽다. 화려한 무대나 세련된 공간에서는 이미지가 먼저 보이지만, 밭과 목장, 마을회관에서는 손발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누가 일을 피하는지, 누가 먼저 나서는지, 누가 주민의 말을 잘 듣는지가 금방 드러난다. 스타의 이미지를 일상적 관계 속에서 다시 보여주는 장치로 농촌이 기능하는 셈이다.

지역성 역시 중요한 키워드다. 전국 곳곳의 마을은 각각 다른 음식과 풍경, 말투와 생활 리듬을 갖고 있다. 예능은 이를 통해 지역을 소개하고, 관광이나 지역 상생의 가능성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다. ‘제철리 마을회관’처럼 처음부터 지역 상생을 내세운 프로그램이 등장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농촌 예능의 부상은 방송가가 다시 느린 웃음과 생활의 감각을 찾고 있다는 신호다. 더 큰 자극, 더 빠른 전개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정서가 있다. 밥상, 이웃, 동물, 흙, 계절이 만드는 이야기는 여전히 힘이 있다. 예능은 지금 그 오래된 소재를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꺼내고 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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