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습생 세포서 영웅이 된 ‘109’ 성장

연기 아닌 원래 모습, 여과 없이 심장 저격

숨겨둔 ‘109’의 정체…목 메인 명장면 속출

8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 배우 최재림(41)이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묵직한 존재감으로 대극장 무대를 장악해 온 그가 이번에는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자유분방한 매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오히려 “연기가 아니라 평소 모습과 가장 닮았다”는 그의 말처럼 꾸밈없는 에너지가 캐릭터의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최재림은 현재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에서 뮤지컬만의 오리지널 캐릭터인 ‘109 세포’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네이버웹툰 글로벌 누적 조회수 35억 뷰를 기록한 인기 IP를 원작으로 한 작품 속에서 그는 원작과 드라마에는 없는 새로운 인물을 통해 극의 중심축을 이끌고 있다.

‘109 세포’는 이름도 역할도 없는 미스터리한 견습 세포다. 하지만 사랑과 이별 속에서 흔들리는 ‘유미’와 세포들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로 성장하며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한다.

23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재림은 ‘109’를 ‘자존감’이라고 정의하며 “시작부터 완벽한 세포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줄 아는 존재”라며 “물론 자신의 이름과 역할에 대한 고민과 질문은 있지만, 다른 세포들을 통해 깨닫고 성장해 나간다”라고 덧붙였다.

◇ 휴식도 미룬 출연 결정…웹툰보다 먼저 보인 뮤지컬

최재림은 당초 올해 휴식기를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작사 ㈜샘컴퍼니의 ‘SOS(출연 제안)’을 받은 뒤 작품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합류를 결정했다.

그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웹툰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메인 이야기는 원작에 있지만, 뮤지컬 세계에 와서 새로이 써졌다. 무대 위에서만의 독자적인 이야기를 담았다”라며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뭉쳐 있어 옴니버스처럼 다가왔다. 이러한 부분은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뮤지컬 ‘렌트’ ‘노트르담 드 파리’ ‘킹키부츠’ ‘오페라의 유령’ ‘지킬앤하이드’ 등 굵직한 라이선스 뮤지컬을 이끌어온 최재림은 이번 작품을 통해 창작 뮤지컬의 또 다른 매력을 경험했다.

새로운 작품의 시작을 함께 써내려가는 중인 최재림은 “창작 뮤지컬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 나도 창작이라는 작업을 리드하는 역할로서 (재능과 감각을) 투자하고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작품에 처음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

◇ 비밀스러운 비장의 무기…실제 성격 그대로 맘껏 표현

작품의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109’가 ‘자존감’을 상징한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하지만 제작진은 공연 초반까지 해당 캐릭터의 정체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최재림은 “‘109’가 등장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존재처럼 보일 수 있다. 처음부터 정체를 다 알려주면 극이 너무 쉬워진다. 감정을 극대화하고 롤러코스터를 타 듯 어떤 특정 문제와 카타르시스를 보여줘야 하는 데 고민했다”라고 비밀을 유지했던 이유에 대해 공감했다.

대극장의 카리스마 배우 최재림은 ‘유미의 세포들’에서 자유분방한 에너지와 따뜻한 감성을 동시에 보여주며 또 하나의 대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캐릭터 완성 과정은 비교적 수월했다. 자신의 실제 성격과 비슷해 장점을 최대한 적용했다. 무대를 즐기고 있다는 최재림은 “나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귀여움과 거침 없는 모습이 닮았다”라며 “현재까지 88%의 귀여움을 보여드리고 있다. 100%까지 가면 큰일난다”라고 ‘최재림 입덕주의보’를 예고했다.

무엇보다 109가 사랑받는 이유는 최재림 특유의 에너지 덕분이다. 그는 “이야기의 메인 플롯인 ‘유미’ 이야기 혹은 무의식 중 이상형을 구체화하고 있는 ‘109’를 하이 텐션의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인물로 만들기도 했다”라며 “‘109’는 등장과 동시에 이야기의 중심을 끌고 가야 한다. 사랑의 메인 3개의 줄기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관객들이 따라올 수 있는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평이한 에너지로 연기하면 스토리와 ‘109’의 역할이 희미해지 때문에 1차원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확실하게 관객들이 따라올 수 있는 이야기와 에너지, 성격을 보여야 되는 것이 있어야겠다고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 대사가 목에 걸린 울컥한 순간…라이브 무대만의 감동 선사

수차례 공연을 이어오면서도 감정은 매번 새롭다. 매 공연 벅찬 감정이 다르다는 최재림은 “2막 ‘무의식 세계’에 떨어져서 정체성을 잃은 좀비 세포가 ‘109’를 통해 되찾는 장면은 이유 없이 두루뭉술하게 저리고 아리면서 벅찬 순간이 있다”라며 “1막 엔딩 넘버 ‘One-O-Nine reprise’에서는 ‘109’가 왜 이름을 찾고 싶어 하는지 깨닫는다. ‘유미’의 세포 안에서 그를 사랑하고 그를 위해서 사는 세포라고 느껴지는 지점이어서 감정적으로 깊이 빠져들 때도 있다”라고 회상했다.

최근 공연에서는 예상치 못한 순간 눈물이 차오르기도 했다. 최재림은 “세포 세계에서 실제로 ‘유미’를 마주하는 장면에서 울컥해 ‘우린 너의 세포들이야’라는 대사가 목에 걸렸다”라며 “매 공연 감정의 결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이 라이브 무대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109 세포’를 통해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유미의 세포들’은 오는 8월 23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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