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바둑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인공지능(AI)의 벽을 넘어 2연승하며 날아올랐다.

신진서는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최종 3국에서 바둑 AI 카타고(Kata Go)상대로 221수 만에 흑 11집반승을 거뒀다. 지난 17일 1국에서 245수 만에 불계패했으나 19일 2국에서 4집반 차 승리를 거둔 신진서는 3국까지 잡으면서 최종 전적 2승1패로 우위를 보였다.

인간과 AI 대결은 지난 2016년 3월 이세돌 9단이 AI 알파고와 내리 4연패하다가 역사적인 첫 승리를 거둔 뒤 10년 만에 펼쳐졌다. 그사이 AI 기술이 발전한 것을 고려했을 때 신진서의 2승은 놀라운 일이다. 신진서가 2점을 먼저 놓는 2점 접바둑이었지만, 현존 최고로 평가받는 바둑 AI 카타고를 연달아 이긴 건 실수가 없었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카타고는 1, 2국과 달리 첫수로 좌상귀 소목으로 뒀다. 카타고가 앞선 대국과 달리 포석을 시작하자 신진서는 2분여 생각에 잠겼다. 첫수로 우하귀 소목을 차지했다. 이어 카타고가 좌상귀를 두 칸으로 굳히자 신진서는 좌하귀 날일자로 포진을 짰다. 신진서는 80수로 백돌을 공격하면서 상변에서 중앙까지 거대한 흑진을 구축했다. 흑진이 집으로 굳어지면서 확실하게 유리한 형세를 만들었다. 이후 실수 없이 11집 반승으로 웃었다.

신진서는 대국 후 기자회견에서 “내 스타일을 완전히 버리고 수비 지향적으로 오직 이기기 위한 바둑을 두는 게 사실 굉장히 힘든 과정이었다”며 “더 잘 둔 판은 3국이지만 이겨서 뿌듯했던 바둑은 어려웠던 2국”이라고 말했다. 카타고에 대해선 “AI는 완벽한 것이 (오히려) 약점인 것 같다”며 “불리해도 (승률이 떨어지는)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 “인간 바둑은 상황에 따라 승부수와 묘수를 던지는 게 매력”이라며 “그래도 AI를 상대로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게 의미 있었다”고 밝혔다.

쎈수학·한경 기신전 제한 시간은 신진서에게 5시간과 30초 초읽기 1회가 주어지며, 카타고는 제한 시간 없이 매 수 20초 안에 착수했다.

2승1패로 승리한 신진서는 대국료(1억5000만 원) 외에 승리 수당 1억 등 총 2억 5000만 원을 받았다. 또 승리 부상으로 제네시스 G90도 품었다. 카타고는 인터넷 바둑 플랫폼인 타이젬에서 그래픽카드 RTX 3090 4장을 병렬 결합한 전용 시스템을 구축했다.

카타고가 판단한 수는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이단비 초단이 대신 착수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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