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배우에게 이미지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너무 선명한 이미지는 때로 배우를 하나의 색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배우 이홍내는 그 공식을 비껴간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도 같은 얼굴을 반복하지 않는다. 작품마다 새로운 색을 덧입으며 자신만의 스펙트럼을 넓혀왔고,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색들은 어느새 ‘이홍내’라는 하나의 연기 팔레트를 완성했다.

대중에게 이홍내를 각인시킨 작품은 단연 2020년 OCN ‘경이로운 소문’이다. 극 중 악귀 지청신은 작품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핵심 빌런이었다. 삭발 머리로 등장해 소문(조병규 분) 일행을 위협하는 이홍내의 존재감은 신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덕분에 단 하나의 작품으로 ‘이홍내’라는 이름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이듬해엔 JTBC ‘구경이’에서 연쇄살인마 케이(김혜준 분)의 조력자 건욱 역을 맡았다. 건욱은 겉으론 냉혹한 공범이지만, 누구보다 케이의 마지막 인간성을 지켜주려 했던 인물이다. 아픈 과거를 품은 건욱을 통해 이홍내는 단순한 빌런이 아닌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감정선을 보여줬다.

이어 SBS ‘낭만닥터 김사부3’에서는 흉부외과 전공의 이선웅 역을 맡아 이전 작품들과 달리 어딘가 허술하지만 인간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동시에 비밀을 품은 의뭉스러운 인물의 복합적인 면모를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무엇보다 올해 이홍내의 스펙트럼은 더욱 넓어졌다. 영화 ‘프로젝트 Y’로 2026년의 포문을 연 이홍내는 티빙 ‘취사병 전설이 되다’에서는 병장 윤동현으로 분해 예상 밖의 코미디 감각을 선보였다.
전설의 취사병 강성재(박지훈 분)의 첫 번째 동료가 되는 그는 B급 감성을 능청스럽게 소화하면서도, 의리 있고 속정 깊은 군인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그동안 미스터리한 인물과 빌런 이미지가 강했다면, 이번에는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호감을 얻었다.

가장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동궁’에서는 또 한 번 예상 밖의 변신에 성공했다. 극 중 대비(장영남 분)의 부름을 받아 궁궐로 들어온 박수무당 역을 맡은 이홍내는 특유의 목소리 톤을 살려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특히 귀의 세계로 들어간 구천(남주혁 분)을 공격하기 위해 현실세계에서 경문을 외우고 굿을 벌이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자칫 과장될 수 있는 설정을 끝까지 설득력 있게 끌고 가며, 한국형 오컬트의 분위기를 완성했다.
스크린에서도 존재감은 이어지고 있다. 영화 ‘뜨거운 피’로 제58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연기상을 품에 안았고, 이후 ‘늑대사냥’, ‘카운트’ 등에서도 짧은 등장만으로도 묵직한 인상을 남겼다.

사실 배우에게 강렬한 이미지는 축복이면서도 숙제가 될 수 있다. 하나의 캐릭터가 너무 강하면 비슷한 역할만 반복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이홍내의 필모그래피에도 빌런과 강한 개성을 지닌 인물이 많다.
그럼에도 이홍내는 다르다. 악귀 지청신과 건욱은 전혀 다른 결을 지녔고, 이선웅과 윤동현 역시 같은 배우가 연기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이번 ‘동궁’의 박수무당도 마찬가지다. 강렬하지만 늘 다른 사람이다. 매 작품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내고, 그 차이를 연기만으로 납득시키는 것이 이홍내의 진짜 경쟁력이다.
이홍내는 매 작품 스스로를 지워낸다. 악귀도, 의사도, 군인도, 박수무당도 모두 강렬했지만 어느 하나 서로를 닮지 않았다. 하나의 색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색을 덧입힌다. 그래서 이홍내의 다음 색이 더욱 궁금하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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