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낭만은 반쪽이다. 철저한 계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데뷔 12년 차를 맞은 K팝 최정상 걸그룹 트와이스(TWICE)가 두 번째 재계약의 기로에 섰다. 정연을 시작으로 쯔위, 채영, 지효까지 주요 멤버들의 이적설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정연은 언니이자 배우 공승연이 소속된 바로엔터테인먼트, 쯔위는 대만 현지에 모친이 설립한 기획사, 채영과 지효도 다른 소속사와 이적을 타진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일각에서는 개인 활동은 각자 알아서, 그룹 활동만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에서 뭉친다는 이른바 ‘블랙핑크 모델’로 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얼핏 보면 완벽한 해답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차가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블랙핑크의 DNA를 트와이스에 정확히 이식하기 어렵다. 블랙핑크는 제니, 리사 등 네 명 모두가 걸어 다니는 팝스타이자 명품 브랜드다. 그룹의 후광 없이도 혼자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고 있다. 반면 트와이스의 진짜 무기는 ‘9인조’라는 결속력이다. JYP의 치밀한 기획력 위에서 아홉 명이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갈 때 뿜어내는 압도적인 시너지가 트와이스의 본질이다.

나연의 솔로나 미사모(미나·사나·모모) 유닛이 거둔 성과가 물론 유의미하지만, 멤버들이 JYP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야생에 던져졌을 때, 혼자서도 스타디움을 꽉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JYP 입장에서 트와이스의 완전체는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캐시카우다. 올해 1분기 JYP의 영업이익은 333억 원을 찍었다. 이걸 견인한 게 트와이스의 월드투어다. 1년 동안 전 세계 81회 공연, 북미와 일본에서만 119만 명을 끌어모았다.

현재 JYP의 공연 매출은 스트레이키즈와 트와이스가 양분하는 구조다. 있지나 엔믹스 등 후배들이 성장 중이라지만, 그 격차는 여전히 아득하다. JYP로서는 개인 활동 관리는 놔주더라도, 황금알을 낳는 ‘월드투어’ 단체 계약만큼은 무조건 쥐고 가야 하는 셈이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JYP 입장에서 월드투어는 쉽게 놓기 어려운 IP다. 멤버들이 각자 활동을 하더라도 월드투어는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이 클 것”이라며 “멤버들이 개인 활동에 대한 욕구가 큰 만큼,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따로 또 같이’는 만병통치약일까. 오히려 더 큰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소속사가 찢어지면 당장 스케줄 조율부터 전쟁이다. 앨범 하나 내고, 투어 한 번 돌려면 무려 아홉 개 회사가 눈치 게임을 벌여야 한다. 블랙핑크 역시 개인 활동은 화려하게 만개했지만, 완전체 활동은 매우 간헐적이다. 명목상 팀을 유지하고 있지만, 과거만큼 시너지가 나진 않는다. 트와이스가 이 길을 택한다면, 원스(팬덤명)가 열광하던 주기적인 컴백과 쉴 새 없는 활동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그간 쌓아놓은 서사가 붕괴한다. 트와이스의 강력한 힘은 아홉 명이 옹기종기 모여 쌓아온 끈끈한 ‘가족’ 같은 케미였다. 뿔뿔이 흩어지면 팬들이 사랑했던 무해한 사랑스러움을 보여줄 수 없다.

실제로 흩어진 아이돌 그룹이 개인과 팀으로 모두 성장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연기와 음악을 병행하는 올라운더 일부만 대중 앞에 나서고 있다. 갓세븐(GOT7)이나 2세대 레전드 소녀시대 등 ‘따로 또 같이’를 선언한 대형 그룹들 역시 완전체 활동 빈도가 급감한 것이 현실이다.

체급과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소속사가 파편화됐을 때 겪는 딜레마의 본질은 과거 사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Mnet ‘프로듀스 101’에서 아쉽게 데뷔조에 들지 못한 멤버들을 모아 결성한 I.B.I는 인기가 엄청났음에도 소속사 알력 다툼 때문에 행사 참여조차 어려웠다.

I.B.I 출신 이해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앞서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를 떠올리며 “여러 멤버를 한데 모아 팀으로 활동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한 소속사가 책임을 갖고 진행하고, 다른 소속사는 최대한 협조해야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나연과 쯔위가 “오래오래 함께하자”며 팬들을 다독였다. ‘트와이스’라는 완전체 우산이 얼마나 절대적인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로 또 같이’는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기약 없는 완전체 공백기와 팬덤 서사의 붕괴라는 차가운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낭만적인 포장을 걷어내면 남는 건 냉혹한 비즈니스뿐이다. 트와이스의 펜 끝에 쏠린 시선이 무겁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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