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영화 ‘호프’를 보고 나면 ‘역시 조인성’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거친 승마 액션부터 총기 액션까지 왜 수많은 감독들이 배우 조인성을 찾는지 단번에 납득하게 된다.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흔들림 없는 존재감으로 방대한 서사의 한 축을 묵직하게 떠받친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조인성은 “너무 힘들다. 다음에는 다른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며 웃었지만, ‘호프’는 오히려 그를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 다시 한번 증명한 작품이 됐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한국형 SF 블록버스터다.
조인성이 처음 ‘호프’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머릿속은 온통 물음표뿐이었다. 한국 영화에서 쉽지 않았던 SF 장르를 나홍진 감독이 어떻게 구현할지, 그리고 자신이 그 지난한 과정을 끝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이걸 어떻게 구현하려는 거지?’라는 물음표가 먼저 들었어요. 한국형 SF는 그동안 쉽지 않았던 장르였잖아요. 역시 나홍진 감독님이 또 어려운 도전을 하시는구나 싶었죠. 저 역시 ‘이 고생을 감당할 수 있을까’, ‘내 몸이 버텨줄까’를 계속 자문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결국엔 도전하고 싶었어요.”

예상대로 나홍진 감독의 현장은 치열했다. 하지만 조인성은 애초에 ‘쉽게 끝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감독님 전작들을 보면 어떤 현장일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잖아요. 저는 100번 찍는다고 생각하고 갔어요. 그런데 30번 만에 끝나면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 싶고, 10분이라도 일찍 끝나면 그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그게 나홍진 감독 영화의 기본값이라고 생각했어요. 중간에 타협하는 순간 오히려 영화가 흔들릴 수 있다고 봤죠.”
극 중 성기의 승마 액션은 작품의 명장면이다. 외계인에게 쫓기며 말을 타고 아스팔트 도로를 질주하며 장총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장면은 국내 영화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시퀀스다. 조인성 역시 이번 작품에서 가장 힘들었던 촬영으로 승마 액션을 꼽았다.
“말은 기계가 아니잖아요. 숲과 도로는 또 전혀 다르고요. 무술팀에도 ‘이게 가능하냐’고 물어봤는데, 이렇게까지는 안 해봤다고 하더라고요. 승마팀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럼 난 이걸 왜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물론 안전을 최우선으로 촬영했지만 더 이상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다음에는 다른 배우가 했으면 좋겠어요.(웃음)”

고된 과정 끝에 완성된 액션은 관객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했다. 시사회 직후에도 ‘역시 조인성’이라는 호평이 이어졌지만 정작 본인은 담담했다.
“제 만족이 뭐 중요하겠어요. 관객들이 재밌게 봐주시면 되는 거죠. 그 반응 하나를 얻기 위해 배우들은 몸으로 부딪히며 연기하는 거니까요.”
작품 속 성기는 강한 생존력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속편을 염두에 둔 결말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모든 선택은 결국 감독의 몫이다.
“속편은 결국 이번 영화가 잘돼야 가능한 이야기겠죠. 살아남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관객들이 ‘저 인물을 다시 보고 싶다’고 느끼는 캐릭터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선택도 감독님의 몫이고요.”

‘호프’는 거대한 제작비와 새로운 장르적 도전으로 개봉 전부터 ‘한국 영화의 희망’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하지만 조인성은 그 무게를 자신이 짊어질 몫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능소화라는 꽃이 있잖아요. 장마와 태풍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이라고 들었어요. 지금 한국 영화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아요. 안으로는 SF와 크리처라는 장르가 가진 어려움이 있고, 밖으로는 영화 시장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잖아요. 그런 장마와 태풍 같은 시간을 지나더라도 결국 관객들 품 안에서 활짝 피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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