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숙적’ T1에 0-2 패배

EWC서 2년 연속 8강 탈락

구마유시 “T1은 방심할 수 없는 팀”

“정규시즌·롤드컵 잘 준비하겠다”

[스포츠서울 | 파리=김민규 기자] “T1은 언제나 고점이 높은 팀이다. 우리가 방심하거나 실수하면 충분히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패배를 변명하지 않았다. ‘구마유시’ 이민형(24)은 MSI 우승의 기세가 EWC까지 이어지지 못한 이유를 냉정하게 인정했다. 유충 교전과 운영에서 밀렸고, 그 대가로 한화생명e스포츠의 여정은 또다시 8강에서 멈췄다.

한화생명은 1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린 2026 e스포츠 월드컵(EWC) 리그 오브 레전드(LoL) 종목 8강전에서 T1에 세트스코어 0-2로 패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불과 며칠 전 창단 첫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정상에 올라섰던 한화생명이지만, EWC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8강의 벽을 넘지 못했다.

1세트는 충격적이었다. 초반 두 차례 ‘페이커’ 이상혁을 잡으며 분위기를 잡았지만, 공허의 유충 교전 한 번으로 흐름이 완전히 뒤집혔다. 이후 T1의 한타와 운영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며 23분도 채 버티지 못하고 넥서스를 내줬다.

2세트는 끝까지 버텼다. 초반부터 팽팽한 공방을 이어갔고 드래곤과 오브젝트를 두고 치열한 힘겨루기를 펼쳤다. 하지만 26분 미드 정글 한타에서 에이스를 허용하며 승부가 기울었고, 바론까지 내준 뒤 결국 34분 만에 넥서스를 허용했다.

두 세트 모두 승부처는 같았다. T1이 교전에서 한 발 더 빠르게 움직였고, 운영에서도 한화생명을 앞섰다. 경기 후 만난 이민형 역시 패인을 분명하게 짚었다. 그는 “1세트에서는 유충 교전이 컸고, 2세트 역시 운영적인 부분에서 우리가 밀렸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상대가 T1이라는 점도 인정했다. 이민형은 “T1은 항상 고점이 높은 팀이고 방심할 수 없는 팀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는 아니었다”며 “우리가 실수하거나 방심하면 충분히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패배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담담했다. MSI 우승 직후 곧바로 프랑스로 이동하며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한 한화생명은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를 핑계 삼지 않았다.

이민형은 “이번 EWC 우승을 위해 모두가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8강에서 마무리하게 돼 많이 아쉽다”며 “팀원들에게 모두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 다음 경기 잘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짧은 휴식 뒤 다시 시즌이 시작된다. 한화생명은 열흘 남짓한 시간 동안 재정비를 마친 뒤 LCK 정규시즌과 이후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을 준비해야 한다. 그는 “휴식이라고 하지만 준비해야 할 일정도 많다”며 “짧은 시간이라도 잘 쉬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패배 속에서도 얻은 것은 있었다. MSI 우승을 통해 팀의 가능성과 자신감을 확인했고, EWC에서는 앞으로 다시 만나게 될 강팀들의 경기력을 직접 경험했다.

이민형은 “MSI를 우승하면서 우리 팀의 가능성과 자신감을 충분히 확인했다”며 “이번 EWC 패배는 앞으로 월드챔피언십 같은 큰 무대에서 다시 만나게 될 팀들의 경기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끝으로 팬들을 향해 “우승을 기대해주셨는데 8강에서 탈락해 죄송하다. 한국에 돌아가 잘 준비해서 다음 경기에서는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MSI 정상에 올랐던 한화생명은 파리에서 예상보다 일찍 짐을 쌌다. 그러나 이민형은 이번 패배를 월드 챔피언십을 위한 또 하나의 성장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다시 일어설 준비를 시작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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