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국군사관학교 추진… “병력 감소 시대, 장군은 줄이고 미래 전력은 키워야”

“국군사관학교 추진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

[스포츠서울 | 이상배 전문기자] 대한민국 국방부가 마침내 국방개혁 분야 중 가장 어려운 과제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정부와 여당이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창설하는 방안을 공식 추진하기로 하면서 장교 양성체계 개혁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6일 당정협의 브리핑에서 “새로 출범할 국군사관학교는 대전 자운대에 유치할 것”이라며 “카이스트를 비롯한 유수대학과 항공우주연구원 등 지적 기반을 갖춘 과학기술 심장부에 최첨단 스마트 캠퍼스를 신축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학교 이전이나 명칭 변경이 아니라 대한민국 군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선언으로 비친다.

그동안 사관학교 통합은 참여정부의 ‘국방개혁 2020’을 비롯해 역대 정부마다 검토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각 군의 이해관계와 전통, 조직 보존 논리가 개혁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병력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고 미래전은 이미 시작됐다.

국군 병력은 2005년 60여만 명에서 현재 50만 명 이하 수준으로 줄었고, 2035년에는 40만 명 안팎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병력은 계속 줄어드는데도 군 조직은 과거 대규모 병력 중심 체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관학교 운영체계다. 육·해·공군사관학교는 통상 중장(3성 장군)이 각각 학교장을 맡고 별도의 교수부와 생도대, 행정부, 군수지원, 시설관리, 정보통신, 홍보조직 등을 운영하고 있다.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이 세 곳에서 각각 운영되면서 장성과 영관 및 위관급 직위, 행정인력과 시설, 예산이 중복 투입되고 있다.

병력은 줄어드는데 지휘조직은 그대로 유지되는 구조를 더 이상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개혁이 아니라 군의 전투력을 높이기 위한 개혁이다.

무엇보다 미래전의 양상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현대전은 육군과 해군, 공군이 각자 싸우는 시대가 아니다. AI가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위성과 드론이 실시간으로 표적을 탐지하며, 지상·해상·공중뿐 아니라 우주와 사이버 공간까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다영역작전(Multi-Domain Operations, MDO)이 전쟁의 표준이 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특정 군의 시각보다 합동성과 융합적 사고를 갖춘 지휘관이 필요하다. 정부가 새 국군사관학교의 핵심 가치로 ‘창의성·융합성·전문성’을 제시한 것도 이러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일각에서는 각 군의 전문성과 전통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하지만 이는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로 본다. 학부 과정에서는 합동작전과 군사전략, AI, 드론, 우주·사이버전 등 공통교육을 실시하고, 마지막 학년이나 임관 이후에는 각 군별 전문교육을 강화하는 이른바 ‘3+1 통합모델’을 도입하면 합동성과 전문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세계 주요 군사 선진국들은 이미 통합형 장교 양성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인도의 국방사관학교(NDA), 일본 방위대학교, 캐나다와 호주 등은 육·해·공군 생도들이 함께 교육받는다. 영국과 독일, 이스라엘 역시 우리처럼 군별 독립사관학교 중심의 장교 양성체계를 유지하지 않는다. 미래전에서는 군종의 구분보다 통합적 사고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사관학교 통합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교육개혁보다 조직혁신에 있다. 현재 세 명의 중장 학교장을 한 명으로 통합하고, 중복된 참모조직과 행정부서, 교육지원 기능을 일원화하면 장성은 물론 영관과 위관급 보직까지 상당 부분 효율화할 수 있다. 교육행정과 시설관리, 군수, 인사, 재정 등도 하나의 체계로 운영할 수 있어 상당한 예산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절감된 재원은 AI 기반 지휘통제체계와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드론 전력, 우주·사이버전 역량, 첨단 감시정찰체계 구축, 병사 처우 개선과 간부 복지 향상 등에 재투자해야 한다. 군의 경쟁력은 더 많은 병력과 더 많은 장군이 아니라 첨단기술과 효율적인 조직에서 나온다.

또한 사관학교 통합은 특정 출신 중심의 폐쇄적 인사문화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생도 시절부터 함께 배우고 경쟁하는 환경은 출신보다 능력과 리더십을 중심으로 한 인사문화를 정착시키고, 군종 간 장벽을 허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합동성이 요구되는 미래전에서 이러한 조직문화의 변화는 전력 증강만큼이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사관학교 통합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 각 군의 전문성 유지와 교육과정 설계, 기존 학교의 역사와 전통 계승, 지역사회와의 상생 방안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개혁을 포기해야 할 이유가 아니라 지혜롭게 해결해야 할 과제일 뿐이다.

군은 전통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병력 감소와 미래전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과거의 틀을 고집하는 것은 더 이상 책임 있는 선택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은 중복된 조직을 유지하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 미래 전력을 키우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 장군은 줄이고 AI와 드론, 우주·사이버전 역량은 키우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 국방개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정부와 여당이 시작한 국군사관학교 추진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사관학교 통합은 학교를 없애는 정책이 아니라 대한민국 군을 미래형 강군으로 재탄생시키는 국방개혁의 출발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합 자체를 둘러싼 논쟁보다는 어떻게 더 강한 군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결단이다.

sangbae030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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