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펫의 충격적인 비밀…배우들의 혹독한 훈련기
퍼펫이 아니라 또 한 명의 배우…캐릭터 탄생 뒤 숨겨진 사투
관객에 최고의 선물 “이상해도 연출을 믿어라”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올여름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뮤지컬 ‘겨울왕국’ 한국 초연이 개막을 앞둔 가운데,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순록 ‘스벤’과 눈사람 ‘올라프’의 탄생 비화가 공개됐다. 배우들은 공연에 앞서 일주일 동안 걷는 법부터 다시 배우고, 특수 퍼펫과 하나가 되기 위한 혹독한 훈련을 거쳤다.
16일 서울 송파구 엔젤리너스 잠실샤롯데점에서 열린 뮤지컬 ‘겨울왕국’ 해외 제작진 공동 인터뷰에서 아담 젭슨 협력 피지컬 무브먼트 코디네이터와 에이드리언 사플 협력 연출은 퍼펫 캐릭터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다. 한국 최초의 ‘올라프’ 역은 정원영·한규정·이창호가 연기한다.
영국 런던 프로덕션에서 직접 ‘스벤’을 연기했던 아담 협력 피지컬 무브먼트 코디네이터는 “‘스벤’은 배우들에게 마라톤을 뛰는 것과 같은 역할”이라며 “강인한 체력과 인내심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스벤’은 배우 한 명이 대형 퍼펫을 직접 조종하며 생명력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 배우들이 감수한 ‘최고난도’ 도전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간이 아닌 ‘스벤’의 움직임을 완성하기 위해 배우들은 별도의 집중 훈련을 거친다.
‘스벤’ 역의 배우들은 본격적인 연습에 앞서 약 일주일 동안 퍼펫 조종에만 집중하는 별도의 훈련을 진행했다.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의외로 ‘걷는 법’이었다. 그는 “인간은 두 발로 걷는 것이 익숙하지만, ‘스벤’은 인간처럼 움직여서는 안 된다”라며 “기초 자세와 몸을 뻗는 동작부터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기초 동작을 익힌 뒤에는 퍼펫 조종에 필요한 특수 목발 사용법을 훈련했다. 이어 순록 특유의 보행을 구현하기 위해 발가락 움직임까지 세밀하게 익혔다. 발이 바닥에 자연스럽게 닿도록 발가락이 수직으로 움직이는 감각을 반복 연습했다. 이 과정을 마친 뒤에야 머리와 몸통을 결합한 완전한 퍼펫 연습으로 돌입했다.
특히 ‘스벤’의 머리는 배우의 실제 머리보다 약 2.5피트(약 76㎝) 앞쪽에 위치한다. 평소 신체 감각으로는 움직일 수 없는 구조인 만큼 체력과 집중력은 물론 철저한 몸 관리도 필수다.
퍼펫 특성상 배우들이 감수해야 하는 무대 위 제약도 적지 않다. ‘스벤’은 구조적으로 뒤를 돌아볼 수 없고 움직임에도 한계가 있어, 무대에서는 다른 배우들과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담 협력 피지컬 무브먼트 코디네이터는 “‘스벤’이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꾸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크리스토프’ 역의 배우(차윤해·신재범)가 함께 움직임을 만들어 준다”라며 “배우들이 서로 길을 터주고 호흡을 맞추며 하나의 컴퍼니처럼 움직이는 모습이야말로 이 작품의 가장 아름다움”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퍼펫 ‘올라프’ 역시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그는 노래 실력은 물론 뛰어난 코미디 감각과 신체 표현 능력을 갖춘 배우들을 중심으로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올라프’는 다른 퍼펫들과 달리, 이를 조종하는 배우의 얼굴이 그대로 관객에게 공개된다. 일반적인 퍼펫 공연에서는 조종자가 숨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올라프’는 캐릭터와 배우를 동시에 보여주는 독특한 방식인 만큼 퍼펫 연기와 배우 자신의 연기를 함께 완성해야 한다.
그는 “익숙하지 않은 몸놀림을 익히기도 어렵지만, 배우가 공연 내내 관객에게 보인다는 점 역시 큰 도전”이라며 “퍼펫을 연기하면서도 배우 자신의 존재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 해외 제작진이 한국 배우들에게 남긴 조언
2017년 브로드웨이 프로덕션부터 ‘겨울왕국’에 참여해 온 아담 협력 피지컬 무브먼트 코디네이터는 한국 배우들의 가능성에도 높은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지금까지 10명이 넘는 배우들이 같은 역할을 연기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배우가 바뀔 때마다 같은 캐릭터인데도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해석과 연기적 선택이 나온다”라며 한국 배우들에 대해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표현을 보여주는 배우들이 있어 매번 놀란다”라고 말했다.
초연에서 가장 큰 도전은 완성되지 않은 퍼펫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배우들은 프로토타입 상태의 퍼펫으로 연습을 시작, 실제 사용 과정에서 불편한 부분을 제작진과 함께 수정하며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그는 “‘꼭 이렇게 해야 할까’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등 끊임없이 논의하며 조금씩 발전시킨다”라며 “에너지는 많이 들지만, 모두가 함께 최선의 답을 찾아가는 창작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초연 배우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연출에 대한 신뢰’를 꼽았다. 그는 “동작이나 연기를 하면서 배우 스스로 어색하고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객석에서 가장 좋은 그림을 보는 사람은 연출이다. 아무리 낯설고 이상하게 느껴져도 연출이 괜찮다고 하면 믿고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출 역시 배우 개인뿐 아니라 관객에게 최고의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기에 서로에 대한 신뢰가 초연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에이드리언 사플 협력 연출도 배우들의 성장 과정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 그는 “첫 연습 날에는 퍼펫을 착용하고 제대로 걷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배우들이 짧은 시간 안에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라며 “‘스벤’이 보여주는 섬세한 움직임과 엄청난 지구력이 어떻게 무대 위에서 구현되는지 공연장에서 유심히 지켜본다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감각적인 무대 연출로 환상적인 스펙터클의 세계로 초대하는 ‘겨울왕국’은 한국 초연은 오는 8월 13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다. 서울 공연 이후에는 부산으로 무대를 옮겨 2027년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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