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미영 기자] 불어불문학 교수 정일영이 ‘MZ 세대의 인생 멘토’로 등극한 가운데, 정년을 불과 10일 앞두고 시간강사에서 교수가 된 그의 인생 역전 이야기가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지난 15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정일영은 “학생들에게 ‘인생에 기회가 한 번도 안 올 수 있다. 그건 네 탓이 아니다’라고 위로한다”면서도 “다만 한 번 기회가 왔을 때 못 잡는 건 네 탓”이라고 뼈 때리는 조언을 남겼다
유재석은 “‘항상 준비하고 있어라’라고 말하는 것”이라는 정일영의 설명을 듣고 “이런 어른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감탄하며, 그가 MZ 세대의 인생 멘토로 꼽히는 이유에 깊이 공감했다.
이날 방송에서 정일영은 지난 30년 동안 대학 강단에서 시간강사로 겪었던 모진 설움을 털어놓았다. 프랑스에서 엘리트 코스로 10년 가까이 유학 생활을 했지만, 귀국 당시 국내 강단 인력풀이 포화 상태라 교수직을 얻지 못하고 여러 대학을 전전해야 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강단에 서면서도 제자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없는 현실에 무력감을 느꼈다며 안타까운 일화를 전했다. 그는 “(제자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회사에 직접 찾아간 적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회사 측에서) 학교에서의 직책이 무엇이냐고 묻기에 ‘시간강사입니다’라고 답하니 ‘아아…’ 하더라”며 “그때 가장 슬펐다. 내가 힘이 하나도 없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권력을 좇는구나 싶었다”라고 고백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시간강사로 살아가는 것은 무척 고되다. 보따리 장수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닌다고 해서 ‘보따리 장수’라 부른다”며 “장벽이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고 교수 임용 면접 당시의 비하인드도 전했다.
그는 “교수 면접에서 ‘연구 업적도 많고 강의 경력도 많은데 왜 지금까지 임용이 안 됐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 질문은 사실 ‘너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부족한 게 아니라 다른 핑계를 대면 업계에 소문이 쫙 나서 강사 자리마저 잃는다. 그래서 ‘무조건 제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면 또 면접관들은 ‘우리가 왜 부족한 사람을 뽑아야 하느냐’고 반문한다”고 답이 이미 정해져 있는 진퇴양난의 면접 과정을 언급했다.

정일영은 30년간 시간강사 생활을 이어오며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아픔에 무너지지 않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논문 8편과 책 40권을 집필하는 등 학문에 더욱 무섭게 매진하는 길을 택했다.
그는 “새벽 작업을 하는데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고 어지럽더라. 병원에서 CT를 찍었는데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며 “알고 보니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동시에 찾아온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이 잘 안 풀리니 자꾸 내 탓을 하게 되더라. 어느 날 세수를 하다가 거울을 봤는데 내 얼굴이 너무 보기 싫었다”라며 “‘이러다간 안 되겠다, 벗어나자’는 생각에 딴생각이 날 때마다 다른 일로 덮으려고 미친 듯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덧붙여 뭉클함을 더했다.
한편, 1961년생으로 올해 만 65세인 정일영 교수는 인하대학교 불어불문학 학사, 파리제8대학교 대학원 언어학 박사 과정을 거쳐 1996년부터 2026년까지 30년간 프랑스어 강사로 활동해 오다 이달 정식 교수로 임명됐다.
그는 앞서 인기 유튜버 ‘침착맨’ 방송에 출연해 “빠뜨롱 나와!”, “남 탓을 해라” 등 기세 넘치는 유머러스한 어록을 탄생시키며 MZ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myki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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