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동아리 첫 박수가 인생 바꾼 선택으로 연결
동국대 장학생 → 5년 공백 → 재정비 후 무대
데뷔 후 가장 뼈아픈 현실…다시 대학로를 사로잡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 배우 유태율(37)은 최근 대학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배우 가운데 한 명이다. 2022년 뮤지컬 ‘트레이드 밀’을 시작으로 ‘이터니티’ ‘은밀하게 위대하게’ ‘블랙메리포핀스’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대학로 핫가이’라고 불리지만,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자퇴와 공백, 좌절을 견뎌낸 시간이 있었다.
유태율이 처음부터 배우를 꿈꾼 것은 아니다. 중학생 시절 유명 연기학원 오디션에 합격했지만, 친구들과의 시간을 선택하며 기회를 놓쳤다. 막연한 동경으로 남았던 배우의 꿈은 대학에서 예상치 못한 계기로 다시 살아났다.
◇ 연극배우 꿈에서 대학로 스타까지 “적성은 따로 있었다”
2008년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한 유태율은 평범한 대학 생활을 이어가던 중 연극동아리에 가입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선택은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첫 공연을 마친 뒤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박수를 받던 순간은 지금도 선명하다고 한다. 그는 “그땐 ‘돈을 벌지 않아도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라며 웃었다.
결국 그는 연극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하던 선배와 나란히 자퇴를 결심했다. 일 년 동안 아르바이트와 연기학원을 병행 후 선배와 손잡고 동국대 연극학부에 진학했다. 이때부터 배우의 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인생에서 반짝이는 순간을 스스로 찾았다. 유태율은 “성균관대로 다시 돌아가 공부해보니 밤새 철야 공부를 해도 따라가기 쉽지 않았다. 반면, 동국대에서는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에 다녔다. 그때 적성이 따로 있다고 깨달았다”라며 회상했다.
생각지도 못한 경험을 통해 미래를 밝혔다. 이어 “살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순간이 인생을 바꾸는 것 같다. 연극동아리에 들어간 것도 ‘한번 경험이나 해보자’라는 마음이었는데, 그게 내 인생의 전환 포인트가 됐다”라고 말했다.

◇ 성대 자퇴는 신의 한 수…‘동국대 앙졸라’ 탄생
유태율은 동국대 시절 연극학부 연기전공 학과 대표도 맡아 학교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면서도 예술고등학교 졸업생과 재수·삼수생 출신들 틈에서 기본기의 차이를 절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눅 들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 학교 공연에서 주요 배역을 맡으며 자신만의 경쟁력을 만들어갔다. 그는 “하나씩 역할을 따내면서 이뤄가는 성취감을 느꼈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처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연극배우를 목표로 했던 그는 학교 공연으로 뮤지컬 ‘올슉업(All Shook Up)’에 참여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배우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이었다.
그는 “연극은 대사를 두고 계속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뮤지컬은 과정 자체가 너무 즐거웠다. 작품을 준비하는 시간이 괴롭지 않았다”라며 “그때 처음으로 ‘뮤지컬이 이렇게 재미있는 장르였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동국대가 전국 최초로 정식 무대로 선보인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출연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많은 배우가 여러 차례 언급했듯, 당시 ‘동국대 앙졸라’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대학가에서 화제를 모았다. 여러 대학의 교수들은 물론 제작사들의 관심도 이어졌다.

◇ 5년 공백 딛고 대학로 대표 배우로 성장
졸업 후에는 오디션도 순조롭게 풀렸다. 앙상블로 시작해 곧 배역을 맡으며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듯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대극장 작품 위주로 활동했던 유태율은 대학로 황금기를 지나쳤고, 주연으로 설 수 있는 무대는 많지 않았다. 지방 공연과 일본 공연을 오가며 활동했지만,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약 5년의 긴 공백기를 보냈다.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당시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 “잘될 것 같은 오만함과 열정만 있고 세상살이의 이치를 몰랐다. 그런데 할 수 있었던 것은 지자체 투자 작품뿐이었다”라며 “상황도 따라주지 않아 길게 쉰 후 대학로로 들어왔다”라고 털어놨다. 자신의 현재를 ‘복귀’가 아닌 ‘재데뷔’라고 말하는 이유다.
오랜 공백과 시행착오를 지나 다시 대학로 무대에 선 지금, 유태율에게 배우라는 직업은 더 이상 막연한 꿈이 아니다. 첫 공연에서 받은 박수처럼,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무대로 관객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유태율을 향한 기립박수가 이어지고 있는 ‘블랙메리포핀스’는 오는 9월 6일까지 서울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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