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배우 정호연이 범상치 않은 스크린 데뷔작을 만났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정호연은 이번엔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로 첫 스크린에 도전하며 칸 국제영화제까지 진출했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믿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SF 블록버스터다. 정호연은 극 중 외계인들과 맞서며 마을 사람들을 지키는 파출소 순경 성애를 연기했다.

정호연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호프’ 개봉 소감에 대해 “배우 커리어에서 정말 영광스러운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설레고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호프’와의 인연은 나홍진 감독과의 첫 만남에서 시작됐다. 나 감독과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지만 정호연에겐 그 어떤 오디션보다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감독님 눈빛이 정말 강렬했어요. 괜히 꾸미려고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죠. 나중에 감독님께서 제 안에서 성애의 ‘선의’를 보셨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정말요? 제가요?’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웃음) 그래도 성애와 가장 닮은 점은 쉽게 지치지 않는 끈기인 것 같습니다.”

첫 영화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정호연은 6개월 동안 장총을 자유롭게 다루기 위해 근력을 키웠고, 유산소 운동으로 체력을 끌어올렸다. 총기 훈련은 물론, 1종 보통 면허까지 취득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량을 4㎏ 정도 늘렸어요. 체력을 위해 유산소 운동도 꾸준히 했고요. 면허도 한 번에 땄어요. 언덕길에서 시동이 두 번이나 꺼져 식은땀이 났는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총기 훈련과 드리프트 연습도 정말 많이 했어요.”

촬영이 시작되자 이번엔 상상력이 필요했다. 상대 배우 대신 레이저 포인터와 외계인 모형을 바라보며 존재하지 않는 적과 싸워야 했다.

“리허설 때는 레이저 포인터로 시선을 잡아주시거나 스태프들이 외계인 모형을 몸에 달고 움직여주셨어요. 그걸 보면서 동선을 익히고 최대한 날것의 리액션을 보여드리려고 했죠. 처음 외계인이 등장하는 장면에선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그렇게 완성된 성애 뒤에는 나홍진 감독의 집요함이 있었다. 수십 번의 테이크도 마다하지 않는 연출 방식은 신인이었던 정호연에게 오히려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감독님은 절대 타협하지 않으세요. 그런데 저는 그게 오히려 축복 같았어요. 여러 번 찍을수록 디테일이 살아난다는 걸 느꼈거든요. ‘NG’라는 느낌을 주신 적도 없었어요. 모든 테이크에는 이유가 있었고, 더 좋은 장면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죠.”

든든한 선배들도 큰 힘이 됐다. 황정민에게서는 배우의 태도를, 조인성에게서는 현장을 대하는 여유를 배웠다.

“황정민 선배님은 늘 누구보다 먼저 현장에 오셔서 단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으셨어요. 조인성 선배님은 현장 분위기를 정말 편안하게 만들어주세요. 스태프 한 분 한 분을 자연스럽게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연기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자세도 많이 배웠어요.”

‘오징어 게임’으로 톱모델에서 배우로 영역을 넓힌 정호연은 데뷔작부터 해외 유수 시상식의 러브콜을 받으며 월드스타에 등극했다. 이어 이번 ‘호프’로 칸 영화제까지 진출한 정호연에게 있어선 하루하루가 꿈만 같다.

“두려움은 있었지만 더 열심히 준비했어요. ‘실전은 기세다’라고 스스로 되뇌었죠. 경험과 노하우는 부족할 수 있지만 신인만의 에너지와 기세는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모델과 배우는 표현하는 방식은 달라도 결국 몸과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하는 일이라는 점은 같아요. 20대의 저나 지금의 저나 맡은 일을 끝까지 책임지고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아요.”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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