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몽골 국빈 방문 성과는 ‘희토류’ 한 단어로 압축된다. 한국이 중국에 크게 의존해온 핵심 광물 공급망에 몽골이라는 새 루트를 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대통령은 9일 현지 시간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오흐나 후렐수흐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한·몽골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의 원칙적 타결을 선언했다.
핵심은 관세와 공급망이다. CEPA가 최종 발효되면 몽골산 구리, 몰리브덴, 희토류 등에 부과되던 2~5% 수준의 수입 관세가 철폐된다. 한국 기업은 핵심 원자재를 더 낮은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얻게 된다.


몽골은 세계적인 자원 부국이다. 희토류와 구리, 금, 우라늄, 몰리브덴, 텅스텐 등 전략 광물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희토류 매장량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으로 평가된다.
희토류는 이름과 달리 단순한 희귀 광물이 아니다. 전기차 모터, 풍력발전 터빈, 로봇, 드론, 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 산업 전반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다. 첨단산업의 ‘비타민’이자, 앞으로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혈액’에 가깝다.
문제는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쏠려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중국산 희토류 수입 의존도는 2024년 기준 약 8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영구자석만 놓고 보면 중국산 비중은 90%에 달한다.


중국은 희토류 채굴과 정제·가공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채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제와 가공이다. 희토류는 광산에서 캐내는 것만으로 산업에 바로 쓰기 어렵다. 복잡한 분리·정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한국이 몽골과 손잡는 의미는 단순한 수입처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광물 탐사부터 채굴, 제련, 가공,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 공급망을 함께 구축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 대통령도 한·몽 비즈니스 포럼 기조연설에서 “핵심 광물을 보유한 자원 부국 몽골과 기술과 자본, 물류가 발달한 대한민국이 협력한다면 공급망 분야에서 확실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EPA의 원칙적 타결을 기점으로, 한국정부는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산업에 박차를 가한다. 지난해 말 설립한 한·몽골 희소금속협력센터를 중심으로 공동 연구와 공급망 안정 협력을 확대하며, 산업통상부는 한·몽골 희소금속 협력위원회를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할 계획이다.
기업 움직임도 빨라질 전망이다. 몽골은 국토 면적이 남한의 16배에 달하지만, 정밀 자원 탐사가 이뤄진 지역은 제한적이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자원 잠재력도 크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광산 개발권 확보와 가공 기술 협력, 현지 인프라 구축까지 다양한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몽골은 바다가 없는 내륙국이다. 광물을 한국으로 들여오려면 중국이나 러시아의 철도·항만을 활용해야 한다. 자원 자체는 몽골에 있지만, 물류망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설계하느냐가 실제 공급망 성과를 좌우한다.


그럼에도 이번 CEPA의 의미가 작지 않다. 한국은 그동안 희토류 공급망에서 중국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 미중 전략 경쟁, 수출 통제, 자원 무기화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핵심 광물의 대체 루트 확보는 경제안보 문제다.
희토류는 이제 단순한 원자재가 아니다. 전기차와 로봇, 반도체와 방산, 에너지 전환 산업을 움직이는 전략 자산이다. 공급이 막히면 공장이 멈추고, 가격이 흔들리면 산업 경쟁력이 흔들린다.
이 대통령의 몽골 국빈 방문은 그래서 상징성이 크다. 나토 정상회의를 통한 방산 외교와 함께, 몽골에서는 첨단산업의 원료 공급망을 겨냥했다. 안보와 산업을 동시에 챙긴 정상외교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양국은 2030년까지 교역 규모 1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몽골은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라면과 조미김 등에 대한 관세도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K뷰티와 K푸드 수출 여건도 개선될 전망이다.
광물과 통상이 핵심이지만, 협력 범위는 보건의료까지 넓어졌다. 보건의료는 양국 협력의 생활·서비스 산업 확장판이다. 양국은 1차의료 등 보건의료체계 협력과 보건의료 인력 양성, 암·심뇌혈관질환 등 비감염성 질환 관리,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건강한 노화, 첨단재생의료 등에서 협력한다.
이에 몽골 환자의 한국 방문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몽골은 외국인환자 유치실적 7위 국가다.

이번 몽골 국빈 방문은 자원·통상·보건의료 협력을 동시에 넓힌 정상외교다. 통상에서는 관세 장벽을 낮췄고, 보건의료에서는 의료관광과 디지털 헬스케어 협력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가장 전략적인 성과는 희토류다. 핵심 원자재의 관세 철폐는 출발점이다. 진짜 성과는 몽골의 광물 자원과 한국의 기술·자본·산업 수요가 실제 공급망으로 이어질 때 완성된다.
중국에 쏠린 희토류 공급망을 몽골로 넓히는 일은 한국 첨단산업의 생존 전략과 맞닿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몽골 자원외교는 그 첫 문을 연 셈이다.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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