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K2 전차를 만드는 현대로템의 다음 전장은 전차만이 아닐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전략과 현대로템의 조직 개편이 맞물리며 방산·로봇·수소를 잇는 새 성장축이 떠오르고 있다.

현대로템은 최근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 핵심은 로봇과 수소다. 현대로템은 방산, 철도, 에코플랜트 등 각 부문에 흩어져 있던 로봇·수소 조직을 RH사업부로 묶었다. 산하에는 로봇AX사업실과 수소에너지사업실을 배치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다. 현대로템이 기존 방산과 철도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항공우주, 로봇, 수소로 체질을 넓히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로 향한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산업 현장에 투입하는 로드맵을 내놨다. 그룹은 2028년까지 연 3만 대 규모의 로봇 생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보스턴다이내믹스도 아틀라스의 제품 버전을 공개하며 현대차와 구글 딥마인드에 배치 일정을 예고했다. 산업 현장에서 먼저 검증하고, 자동차 생산 공정에서 활용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당장 아틀라스가 현대로템의 전차 생산 라인에 투입된다는 뜻은 아니다. 방산 생산은 자동차 조립과 다르다. 다품종 소량 생산, 고중량 부품, 보안 설비, 군 규격 검증 등 진입 장벽이 높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얘기가 달라진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아틀라스 운용 데이터와 피지컬 AI 기술이 쌓이면, 제조 난도가 높은 방산 공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거운 부품 운반, 위험 구역 점검, 반복 조립, 정비 보조 등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먼저 파고들 수 있는 영역이다.

현대로템 입장에서는 두 갈래 길이 열린다. 하나는 생산 혁신이다. K2 전차, 차륜형 장갑차, 철도차량 생산 과정에서 사람을 대체하기보다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로봇이 보조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미래 방산 플랫폼이다. 현대로템은 이미 무인 체계와 로봇 기반 기술을 방산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그룹 차원의 피지컬 AI 역량이 더해지면, 단순 무인 차량을 넘어 지상 무인 플랫폼과 군수 지원 로봇으로 확장할 여지가 생긴다.

다만 선은 분명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일반 목적 로봇의 무기화를 금지한다는 원칙을 밝혀왔다. 회사는 첨단 이동형 범용 로봇이나 관련 소프트웨어를 무기화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그래서 아틀라스와 방산을 연결할 때 핵심은 ‘전투 로봇’이 아니다. 무기화 금지 원칙 안에서 어디까지 군수·정비·수색·구조·물류 지원에 활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현대로템의 조직 개편은 의미가 있다. 방산을 항공우주와 묶고, 로봇과 수소를 별도 사업부로 세운 것은 미래 전장의 핵심이 하드웨어 단품이 아니라 에너지, 이동체, AI, 무인화 시스템의 결합이라는 판단으로 읽힌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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