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받던 내빈, 경기 시작하자 썰물처럼…서울시유도회장배 개회식의 민낯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전국체전 고등부 최종선발전을 겸한 유도대회에서 학생 선수 300여명이 25분가량 선 채로 귀빈 소개와 축사를 들어야 했다.
이날 개회식에서 이름이 불린 내빈은 총 138명에 달했다.
제42회 서울특별시유도회장배 유도대회가 1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제107회 전국체전 고등부 최종선발전을 겸했다. 선수들에게는 한 경기, 한 경기의 의미가 큰 무대다.

그만큼 현장에는 많은 관계자와 내빈이 참석했다. 문제는 선발전이 아닌 개회식 운영 방식이다.
이날 개회식은 오전 11시에 시작했다. 국민의례를 먼저 진행했다. 출전한 학생 선수 300여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국기를 향했다.
이후 내빈 소개가 이어졌다.

사회자는 우선 대한체육회장을 지낸 김정행 한국유도원 이사장을 소개했다. 김 회장은 대한체육회 회장(2013.02.~2016.10)도 역임한바 있다.
이어 대한유도회 조용철 회장, 서울특별시체육회 김성범 사무처장, 서울특별시유도회 관계자와 유도 원로, 각 종목단체장 등을 차례로 호명했다.
반가운 얼굴도 있었다. 용인대학교 이원희 교수도 이름이 불렸다.
유도계 인사만이 아니었다.
서핑협회, 바둑협회, 철인3종협회, 컬링연맹, 수영연맹, 롤러스포츠연맹, 배드민턴협회, 국학기공협회, 빙상경기연맹, 볼링협회, 테니스협회, 성동구골프협회 등 여러 단체 관계자도 일일이 소개했다.

호명된 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앞뒤 좌우로 인사했다. 그때마다 사회자는 박수를 유도했다. 학생 선수들은 계속 선 채로 박수를 쳤다.
소개는 쉬이 끝나지 않았다. 서울특별시유도회 상임부회장과 각 구 유도회장, 위원장, 원로위원, 자문위원, 이사진까지 빠트리지 않고 이름이 불렸다.

서울특별시유도회 이사진 26명은 그나마 소속과 직함을 빼고 이름만 불렀다. 하지만 이전 귀빈은 한명한명 이름이 호명되며,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그렇게 140여명을 소개하는데, 20분 넘게 시간이 흘렀다.
오전 7시반부터 몸을 풀며 대기하던 학생 선수들에게는 긴 시간이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선수들은 개회식에서 기립 상태로 내빈 소개를 듣고 박수치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학부모들도 그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귀빈 소개가 끝이 아니었다. 이후 대회사와 축사가 이어졌다.
서울특별시유도회 이천후 회장의 대회사, 대한유도회 조용철 회장의 축사, 김성범 사무처장의 축사, 정기영 목사의 축사, 서울시 25개구 체육회 김원섭 연합회장의 축사, 서울시 59개 종목단체 김경환 사무총장의 축사가 계속됐다.
축사의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참석한 주요 인사인 김정행 이사장 등에 대한 감사 인사가 앞섰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흘린 땀만큼 좋은 성적을 내라”는 격려, “부상 없이 안전하게 경기하라”는 당부가 이어졌다.
그나마 한 축사자가 선수들에게 앉으라고 말했고, 그제야 학생들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때 이미 개회식은 25분을 넘긴 뒤였다.
마무리로 공로패 수여와 선수·심판 선서가 끝난 뒤에야 개회식은 끝났다.

더 씁쓸한 장면은 개회식 이후다.
개회식 당시 내빈석은 정장 차림의 귀빈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개회식이 끝나고, 경기가 재개되자 그 자리는 빠르게 비었다.

점심 식사를 하러 간 것인지, 대회장을 떠난 것인지는 알수 없지만 텅 비어있는 내빈석 의자 너머 코트의 선수들은 열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점심 시간이 지나, 대회 막바지인 오후 5시가 되어도 돌아와 자리를 지킨 내빈은 서너명에 불과했다.
이날 개회식에서 주인공은 선수가 아니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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