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데호가 재해석한 산울림 최장곡, 김태래는 ‘회상’ 잇는다…50주년 프로젝트 확장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산울림의 18분 38초짜리 최장곡이 5분 10초로 다시 태어났다. 밴드 까데호가 산울림의 대표 실험작 ‘그대는 이미 나(김창훈 작사·작곡)’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압축하고 비틀어 새롭게 꺼냈다.

산울림 측은 10일 까데호가 리메이크한 ‘그대는 이미 나’를 발매했다고 밝혔다.

이번 음원은 오는 2027년 데뷔 50주년을 맞는 산울림 기념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산울림은 데뷔 50주년까지 밴드와 멤버들이 남긴 유산 50곡을 후배 뮤지션들과 함께 다시 해석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까데호가 선택한 ‘그대는 이미 나’는 산울림 디스코그래피에서도 유독 특별한 곡이다. 1978년 발표한 산울림 3집 B면 전체를 채운 18분 38초짜리 대곡으로, 산울림 김창훈이 만든 노래 가운데 가장 긴 러닝타임을 지닌 작품이다.

원곡은 산울림의 실험정신이 집약된 곡으로 꼽힌다. 날카로운 기타 커팅과 질주하는 리듬, 퍼즈 톤 기타, 베이스 루프, 입체적인 드러밍이 긴장감을 쌓는다. 여기에 모그 신시사이저가 몽환적인 공간감을 더하며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듯한 흐름을 만든다.

까데호는 이 방대한 원곡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았다. 러닝타임을 5분 10초로 줄였다. 원곡의 3분의 1 이하로 압축한 셈.

하지만 단순히 길이를 잘라낸 작업은 아니다. 까데호는 슬로 템포의 흐름 위에 베이퍼웨이브와 아방팝의 현대적인 사운드를 입혔다. 원곡이 지닌 실험성과 몽환성을 남기면서도, 지금의 감각으로 다시 조립했다.

까데호 특유의 잼 밴드적 즉흥성과 국악적 감각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산울림의 거친 실험실을 까데호의 언어로 다시 부른 것.

음악평론가 임희윤은 이번 리메이크에 대해 “때로 우리가 음악을 듣는 이유는 들리고 보이는 세상 너머를 보고 듣기 위함이 아닌가”라고 평했다.

앞서 그는 산울림의 음악을 두고 “보는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내는 불규칙 17면체”라고 표현했다. 까데호의 ‘그대는 이미 나’는 그 불규칙한 면을 2026년의 사운드로 다시 비춘 작업이다.

산울림 50주년 프로젝트는 단순한 헌정 음반에 머물지 않는다. 후배 뮤지션들이 산울림의 노래를 자기 언어로 다시 불러내며, 한국 대중음악사의 유산을 현재형으로 확장하는 작업이다.

프로젝트의 흐름은 계속 이어진다. 제로베이스원 김태래도 산울림 50주년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김태래가 다시 부를 곡은 산울림의 대표 명곡 ‘회상(김창훈 작사·작곡)’이다. 1982년 발표한 ‘회상’은 산울림 특유의 서정성과 쓸쓸한 감성이 담긴 곡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왔다.

김태래는 “어릴 때부터 들어온 노래를 직접 부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돼 더욱 기쁘다”며 산울림 데뷔 50주년을 축하했다.

김태래가 부른 ‘회상’은 오는 23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다.

까데호는 산울림의 가장 긴 실험을 5분짜리 현재로 압축했고, 김태래는 산울림의 서정적 명곡을 새 목소리로 이어받는다. 산울림 50주년 프로젝트는 그렇게 과거의 명곡을 추억이 아닌 현재의 음악으로 다시 팬들과 만나고 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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