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호프’가 힘든 2시간 36분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10년 만에 돌아온 나홍진 감독은 이번에도 쉽지 않은 길을 택했다. 영화 ‘곡성’(2016) 이후 오랜 시간 공들여 완성한 신작 ‘호프’는 외계인과 SF, 블록버스터를 결합한 가장 거대한 프로젝트다. 긴 러닝타임과 방대한 세계관, 낯선 크리처까지 모든 것이 도전이었지만 나홍진 감독은 ‘관객이 끝까지 몰입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나홍진 감독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앞서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월드프리미어로 선보인 후 재편집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최종본에서는 약 4분가량의 변화가 있었다.
“칸에서도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계속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죠. 중간에 등장하는 목수 양배(음문석 분)와 관련된 장면들을 일부 걷어냈었는데 계속 아쉽더라고요. 그 장면들을 다시 살리고, 대신 다른 장면들을 덜어내면서 최종본을 완성했습니다.”

그래서 최종 러닝타임은 2시간 36분이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나 감독은 처음부터 관객이 이 이야기에 푹 빠져들길 바랐다.
“긴 시간이 힘들고 괴로운 시간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 시간 동안 편안하게 몰입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였죠. 그렇다고 영화를 훼손하면서까지 줄이고 싶진 않았습니다.”
‘호프’는 나홍진 감독이 처음으로 본격 SF 블록버스터에 도전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이 작품을 구상하던 당시 이미 한국 영화 산업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곡성’ 이후 이 작품을 준비하던 시기에 영화 산업에 큰 변화가 올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내수시장만 바라보는 시대는 점점 저물고 있다고 생각했죠. 한국 영화는 원래 다양한 장르를 한 작품 안에서 자연스럽게 섞는 데 강점이 있잖아요. 그 장점을 더 확장해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호프’의 제작비는 당초 5~700억원설이 제기되며 손익분기점 역시 1~2000만명이라는 기념비적인 숫자로 거론됐다. 다행히 해외 약 200여 개국에 선판매되며 손익분기점을 낮췄다.
“당연히 걱정은 되죠. 무모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선택이 장기적으로는 더 안정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오랜 공백 역시 결코 쉬어간 시간이 아니었다. 나 감독이 ‘호프’의 초고를 완성한 시점은 2018년이었다. 그 시간 동안 가장 어려웠던 건 역시 외계인 크리처였다. 나 감독은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디자인을 만들고 폐기하는 과정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하나를 위해 100개 가까운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해외 디자이너들과도 계속 의견을 주고받았고, 영국에 있는 디자이너와도 작업했습니다. 디자인이 완성된 뒤에도 실제 촬영과 CG를 거치면서 계속 수정됐어요. 달리는 모습과 정지한 모습이 또 다르고, 화면에서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도 전부 달랐거든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크리처가 완성됐다. 칸 영화제에서 일부 호불호 평가도 있었으나 후반 작업을 거쳐 마침내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됐다.
“정말 저를 많이 고생시켰죠. 물론 지금도 마음에 안 드는 장면은 있어요. 어느 감독이 자기 영화의 모든 장면이 다 마음에 들겠어요.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특히 현재 ‘호프’의 배급사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를 자회사로 둔 메가박스중앙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며 나홍진 감독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높은 제작비에, 실험적인 도전, 그리고 배급사의 생명이 달렸다는 반응으로 인해 일각에선 “‘호프’가 한국 영화의 희망이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부담되죠. 제가 한국 영화의 희망이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어요. 다만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계속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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