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사포판=김용일 기자] “저는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를 내려놓는다.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위한 마음까지 내려놓은 건 아니다.”
월드컵 실패를 책임지고 축구대표팀 사령탑에서 자진해서 물러난 홍명보 감독은 준비한 사퇴문을 108초간 읽어내렸다. 끝머리에 이렇게 말하면서 “우리 대표팀이 다시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팀으로 성장해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29일(한국시간) 대표팀의 베이스캠프 훈련장인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먼저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해주시고 언제나 대표팀을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오늘 저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는 제게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감독을 맡기로 결정한 순간부터는 다른 이유를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맡겨진 책임을 끝까지 다하는 것, 그게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2년 동안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이 선택이 대한민국 축구를 위한 선택인가’, 대표팀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선수를 선택할 때도 훈련을 준비하고 경기를 치를 때도 이 질문만큼은 놓지 않았다. 모든 판단이 늘 옳았다고 말씀드릴 순 없다. 하지만 모든 판단의 기준만큼은 언제나 한국 축구였다”며 진심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감독이란 자리는 결과 앞에서 어떤 설명도 앞설 수 없다. 국민 여러분께서 기대해주신 결과를 보여드리지 못했다. 책임은 감독인 제게 있다”며 “ 끝까지 함께 해준 선수들과 코치진, 지원스태프, 대표팀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준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감독직을 내려놓지만 한국 축구를 발전을 위한 마음은 간직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지난 2024년 8월 A대표팀 감독이 취임한 홍 감독의 계약 기간은 내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다. 그러나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승2패(승점 3), 조 3위에 그쳤다. 12개조 3위 국가 중 상위 성적 8개 팀에 주어지는 32강행 와일드카드 획득에도 실패하면서 탈락했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소방수로 투입됐다가 조별리그에서 탈락(1무2패), 지도자 커리어에서 처음 실패를 맛본 그는 울산HD의 K리그1 2연패(2022~2023)를 이끌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어 두 번째 A대표팀 지휘봉까지 잡아 월드컵에 재도전했는데, 또다시 쓰라린 실패를 맛봤다.
일각에서는 홍 감독이 월드컵 실패에도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잡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전날 조별리그 최종일까지 32강 와일드카드 획득에 실패할 경우 즉각 사퇴를 염두에 두고 마음을 담은 사퇴문을 작성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kyi0486@sportsseoul.com
다음은 홍 감독의 사퇴문 전문
먼저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해주시고 언제나 대표팀을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저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는 제게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감독을 맡기로 결정한 순간부터는 다른 이유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게 맡겨진 책임을 끝까지 다하는 것, 그게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늘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이 선택이 대한민국 축구를 위한 선택인가. 대표팀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선수를 선택할 때도 훈련을 준비하고 경기를 치를 때도 그 질문만큼은 놓지 않았습니다. 모든 판단이 늘 옳았다고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판단의 기준만큼은 언제나 한국 축구였습니다. 감독이란 자리는 결과 앞에서 어떤 설명도 앞설 수 없습니다. 오늘 설명보다 책임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기대해주신 결과를 끝내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 그 책임은 감독인 제게 있습니다. 끝까지 함께 해준 선수들과 코치진, 지원스태프, 그리고 대표팀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준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를 내려놓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위한 마음까지 내려놓은 건 아닙니다. 우리 대표팀이 다시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팀으로 성장해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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