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업계 여성형 탈모· 모발 노화 예방 연구 확대

LG생건은 탈모, 아모레는 헤어 롱제비티 연구 집중

[스포츠서울 | 조선우 기자] 글로벌 헤어 및 두피 케어 시장이 뷰티 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관련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스킨케어 중심이던 경쟁 구도가 탈모 완화, 두피 건강, 모발 노화 예방 등 헤어케어 전반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모발학회(WCHR 2026)에 참가해 여성형 탈모 관리와 두피 환경 개선에 관한 최신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스테로이드 유래 성분 없이도 모발 성장에 유리한 두피 환경을 조성하는 ‘비(非)스테로이드 물질’을 발굴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여성형 탈모는 남성호르몬 억제제를 기반으로 한 남성형 탈모 치료법을 적용하기 어려웠다. 에스트로겐 기반 치료 역시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고 부작용 우려가 있어 치료제 선택에 제약이 많았다.

LG생활건강은 관련 연구를 통해 비타민A 유래 물질이 여성호르몬 수용체인 ‘ERα(에스트로겐 수용체 알파)’를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 물질은 모낭의 활성을 촉진해 모발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며, 임상 평가를 통해 모발 굵기 개선 효과도 입증했다.

특히 이번 성과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도출됐다. LG생활건강은 약 42만 개의 후보 물질을 대상으로 AI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여성형 탈모 개선과 관련된 핵심 표적을 찾아냈고, 이를 바탕으로 신규 소재인 ‘람시딜(Rhamsydil)’을 발굴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22개월 이상 소요되던 탐색 기간을 단 하루 수준으로 단축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LG생활건강이 여성형 탈모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아모레퍼시픽은 건강한 모발을 오래 유지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같은 학회에서 ‘헤어 롱제비티(Hair Longevity, 모발 노화 지연)’ 연구 성과를 공개한 아모레퍼시픽은, 이미 손상된 모발을 사후 관리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모발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부터 품질을 관리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모발의 가늘어짐, 끊어짐, 탄력 저하 현상이 단순한 외부 손상의 축적이 아니라 모발 형성 단계의 구조적 특성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나아가 경북대학교 연구팀 및 글로벌 원료 기업 크로다(Croda)와의 협업을 통해 모발 구조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인자를 규명하고, 이를 활용한 펩타이드 원료 ‘그로우 펩(GROW-PEP™)’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자사 헤어 브랜드 려(RYO)의 ‘루트젠’ 라인에 적용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인구 고령화와 탈모 인구 증가, 안티에이징 및 자기 관리 수요가 맞물리면서 두피와 모발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탈모 관리 수요가 여성과 2030 젊은 층으로 확대되며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다.

한 뷰티 업계 관계자는 “헤어 및 두피 케어 시장의 패러다임이 단순 세정에서 기능성·맞춤형 관리 중심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AI와 바이오 기술을 융합한 선행 연구개발이 본격화됨에 따라 향후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blesso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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