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요코하마·도쿄=함상범 기자] K팝의 역사가 일본의 가장 높은 곳에서 다시 쓰였다. 일본 진출 ‘개척자’ 동방신기와 그 길 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아이콘’ 에스파가 요코하마와 도쿄의 하늘을 동시에 점령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그룹이 일본의 밤하늘을 붉고 푸르게 물들였다.

지난 25일과 26일 양일간 펼쳐진 ‘SM 위켄드(SM Weekend)’는 K팝의 지속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닛산 스타디움의 동방신기와 도쿄돔의 에스파가 모은 22만4000명 관객은 숫자의 합을 넘어, 20년을 관통하는 세대 간의 화합이자 K팝 명가 SM의 독보적인 헤리티지가 증명된 순간이었다.

◇ 20년의 헌신, ‘문화유산’이 된 동방신기의 붉은 물결

올해로 일본 데뷔 20주년을 맞은 동방신기는 닛산 스타디움에서 양일간 13만 명을 동원하며 해외 아티스트 사상 ‘최초이자 최다’ 입성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20년을 관통한 일본 내 히트곡으로 세트리스트를 채웠고 중간중간 삽입된 멘트도 모두 일본어로 진행했다.

30여 곡을 부른 뒤에도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200m 트랙을 전력질주하며 흔들림 없는 라이브를 선보인 동방신기는 ‘인기는 유한하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격언을 몸소 드러냈다.

10살이 되지 않은 어린 아이부터 50대까진 남녀를 가리지 않았고, 머리가 하얀 고령층까지도 빨간 응원봉으로 ‘레드 오션’이 되는 풍경은 잊을 수 없는 장관이었다. 동방신기가 단순한 스타를 넘어 일본인의 삶 속에 하나의 문화적 양식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 대목이기도 하다.

최강창민은 “개인적으로 닛산 스타디움 무대에 꼭 또 서고 싶었는데, 다시 한번 이 자리에 설 수 있어서, 꿈이 이루어 진 것 같아 기쁩니다”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 ‘쇠 맛’의 습격, 도쿄돔을 삼킨 에스파의 신세계

선배들이 닦아놓은 단단한 토양 위에서 에스파는 짙은 ‘쇠 맛’ 퍼포먼스로 ‘일본의 심장’ 도쿄돔을 집어삼켰다. 해외 가수 사상 데뷔 후 최단기간 도쿄돔 입성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이번 돔 투어 대미를 장식한 9만4000명의 함성은 거대했다.

에스파는 압도적인 세계관과 ‘하이퍼 리얼리티’를 구현한 고퀄리티 VCR, 그리고 화려한 무대 연출로 일본 Z세대의 오감을 자극했다. 특히 카리나·윈터의 ‘세레나데(Serenade)’, 지젤·닝닝의 ‘롤리팝(Lollipop)’ 등 이번 돔 공연에서만 볼 수 있었던 유닛 무대는 멤버들의 개성과 음악적 성장을 동시에 보여주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윈터는 “일본 팬들을 위해 스페셜 에디션을 준비했는데, 이 노래를 들려 드리게 돼서 저희도 정말 행복했습니다”라고 한 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고 해 환호성을 받았다. 닝닝은 “저희가 계속 더 발전하면서 더 좋은 노래 보여주겠다”며 웃었다.

능숙한 언어로 현장을 압도한 가운데 일본에서 유독 히트한 ‘인 할로(In Halo)’와 ‘줌 줌(ZOOM ZOOM)’은 물론 ‘슈퍼노바(SUPERNOVA)’ ‘더티 워크(Dirty Work)’ ‘위플래쉬(Whiplash)’ ‘리치 맨(Rich Man)’과 같은 메가 히트곡이 도쿄의 심장을 들썩이게 했다.

◇ 과거와 미래의 조우, 22만 명이 증명한 K팝의 생명력

이번 주말 일본 열도를 달군 22만 4000명의 함성은 K팝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전통’으로 우뚝 섰음을 의미한다. 20년 전 척박한 땅을 가꿔낸 동방신기의 ‘클래식’과 글로벌 시장의 기준을 바꾼 에스파의 ‘트렌드’가 시너지를 내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파급력을 완성했다.

닛산의 붉은 물결과 도쿄돔의 오로라 빛이 교차한 이번 ‘SM 위켄드’는 K팝의 찬란한 오늘을 재확인한 시간이었다. 이 기분 좋은 물결은 멈추지 않고 세대를 이어 흐르며, 더 넓은 세계로 뻗어 나갈 K팝의 내일을 기분 좋게 약속하고 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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