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정동석 기자]오늘 이야기해 볼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정말 난리가 났던 연극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뿌리는 다들 아시는 얀 마텔의 소설 파이 이야기입니다. 이게 그냥 베스트셀러가 아니고요. 전 세계에서 무려 1500만 부 이상 팔리고 50개 언어로 번역된 그야말로 대작이거든요.

무대 위를 보면요. 이건 동물원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에요. 굶주린 하이에나 겁에 질린 얼룩말, 슬픈 눈의 오랑우탄까지. 정말 하나의 생태계가 그대로 옮겨져 있죠. 하지만 이 모든 동물을 단숨에 압도해버리는 존재가 있습니다. 네, 바로 그 주인공, 벵골호랑이 리처드 파커입니다. 이게 그냥 인형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큰 오산입니다. 저 거대한 몸집, 진짜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근육, 그리고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야생의 본능까지. 관객들은 어느 순간 오, 저거 진짜 호랑이 아냐?

하고 착각할 정도로 엄청난 긴장감에 휩싸이게 되는 거죠.

자, 이렇게 눈 앞에 펼쳐지는 엄청난 볼거리에 넋을 잃고 있다 보면요 어느새 이 공연은 우리에게 아주 깊고 철학적인 질문 하나를 툭 던집니다.

파이가 살아남은 이야기가 사실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하나는 동물들과 함께한 어찌보면 좀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가장 잔혹한 본성이 드러나는 너무나 끔찍하고 현실적인 이야기죠.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하고요. 그런데 이 연극은 모가 진짜 이야기라고 딱 정해주지 않아요. 그 선택은 온전히 관객인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 두는 거죠.

자,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믿으시겠습니까? 이렇게 전 세계를 휩쓴 작품이 바로 이곳 한국에서 또 하나의 역사를 썼습니다. 바로 사상 최초의 비영어권 라이센스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 건데요. 와, 그 반응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이 공연이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아주 분명합니다. 당신도 결국엔 믿게 될 겁니다. 단순히 이야기에 설득당하는 게 아니고요.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 무대의 압도적인 힘에 완전히 사로 잡히게 될 거라는 그런 자신감의 표현이죠. 공연의 막이 내리고 극장을 나서는 순간에도 우리 머릿속엔 이 질문이 계속 맴돌겁니다. 만약 당신의 삶을 이끌어갈 단 하나의 이야기를 골라야 한다면 그저 믿기 쉬운 뻔한 이야기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당신에게 믿을 이유와 희망을 주는 조금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선택하시겠습니까? 그 선택은 이제 여러분의 몫입니다. white2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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