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2025년 경륜의 마지막 승부 무대, 그랑프리가 다가오고 있다. 단 한 장면만으로 충분하다. ‘임채빈 vs 정종진’ 최강자의 대결이다. 누가 최강이고, 누가 황제인지. 누가 쫓고, 쫓기는지. 올시즌 수차례 이어진 명승부 속에서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이제 ‘최종전’에서 ‘진짜 승부’가 열린다.
최근 열린 경륜 개장 31주년 기념 대상 경륜에서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은 정종진이었다. 올시즌 맞대결 승률만 보면 8경기 중 단 2승에 그친다. 숫자만 보면 열세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숫자를 완전히 뒤집는다.
열세에도 불구하고 전개 주도권을 가져오며 오히려 임채빈을 수세적으로 몰아가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장면 하나하나에서 정종진의 심리전·기술·판단이 절정에 올랐다. 이번 우승이 단순한 1승을 넘어 ‘판세 전환’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올 시즌 두 선수의 맞대결 8경기 중 초반 자리잡기 결과를 보면 ‘정종진-임채빈’ 순인 경우가 6번이다. 선행형 임채빈, 단거리 최적 정종진이라는 이미지와 완전히 반대다.

정종진은 마크·추입에만 머무르지 않고 과감한 선행·젖히기를 섞는 전개 변화로 임채빈에게 행동 선택권을 빼앗아왔다. 임채빈 역시 ‘정종진이 길게 끌어주면 내가 유리하다’라는 경험치 때문에 그 흐름에 동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올해 6월, 드물게 ‘임채빈-정종진’ 순으로 자리잡힌 경기에서 임채빈은 반 바퀴 젖히기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마지막 직선에서 정종진의 추입에 무릎을 꿇었다. 지난해 4월에도 비슷한 양상으로 패한 경험이 있어 ‘앞에 선다고 절대 유리한 건 아니다’는 학습 효과가 지금의 흐름을 만들었다.
최근 대상 경주는 사실상 완성형이었다. 초반부터 김포팀 후배들의 위치·페이스 조절, 중반의 리듬 차단, 막판 기습·가속 타이밍까지 흠잡을 곳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내용으로 보면 올해는 정종진이 우위”라고 입을 모았다.

임채빈의 승률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그러나 내용은 흔들린다. 초반 위치가 흔들리고, 팀 연대가 약한데다 심리전에서 끌려가며 전술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전법 변화다. 지구력·선행형이 강점인 임채빈은 최근 정종진을 상대하면서 추입·마크형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경륜 전문가들은 “선행형이 순발력형으로 변하면 얻는 만큼 잃는 것도 많다”고 분석했다.
이제 ‘최종전’이다. 그랑프리에서는 단 한 가지가 중요하다. ‘이번엔 누구의 내용이 더 강한가’다. 승률·랭킹·체급이 아니라 작전·심리·완급·연대·임기응변이 결정한다.
예상지 최강경륜 박창현 발행인은 “정종진은 다양한 신무기와 팀 연대를 앞세워 내용 우위를 굳혀가고 있고, 임채빈은 높은 승률에도 불구하고 전술적 고민이 쌓이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임채빈이 그랑프리에서 어떤 카드를 쓰느냐가 핵심이다. 지금껏 봉인해 온 연대·기습·맞불·장타 등 모든 작전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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