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김향기가 제주 4·3이라는 거대한 비극 한가운데서, 한 아이의 엄마로 모든 것을 건 인물 ‘아진’으로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한란’은 1948년 제주를 배경으로, 생존을 위해 산과 바다를 건넌 모녀의 여정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김향기는 토벌대를 피해 한라산으로 도망쳤다가, 마을에 혼자 남은 딸 해생(김민채)을 다시 찾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산을 내려오는 엄마 ‘아진’을 맡았다.

극한 상황에서도 꺼지지 않는 모성, 아이를 향한 본능적 사랑, 사라지는 생명을 붙들기 위한 두려움과 의지를 동시에 지닌 복합적 캐릭터를 정교하게 완성해냈다.

실제 그는 ‘아진’을 연기하기 위해 촬영 석 달 전부터 제주어·생활사·지형 탐색까지 모든 준비를 직접 챙겼다.

제주 로케이션을 스태프들과 함께 답사하며 당시 제주 사람들이 느꼈을 고립감과 환경을 세밀하게 체감했고, 제주어는 현지인들로부터 “완벽에 가깝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깊이 연습했다.

영화 속에는 그 준비 과정이 그대로 녹아 들며 ‘아진’의 인생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김향기는 아역 시절부터 이미 필모그래피가 웬만한 성인 배우보다 깊지만, ‘한란’은 그가 성인 배우로서 모성·비극·생존이 중첩된 한 인물의 생을 스크린 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다. kenny@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