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방송가에선 요즘 눈에 띄는 변화가 감지된다.

새로운 포맷이 등장한 것도, 특별한 장치가 더해진 것도 아니다. 그 대신 관계의 방향이 달라진 연애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선택을 끌어당기고 있다.

화면 속 남녀의 나이 차가 뒤집힌 순간부터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연하남의 솔직한 직진, 그 앞에서 흔들리는 연상녀의 고민이 자연스럽게 서사를 이끈다.

본격적인 변화의 출발선은 KBS2 ‘누난 내게 여자야’다. 연상녀·연하남이라는 구조를 전면에 배치한 이 프로그램은 익숙한 연애 리얼리티 위에서 관계의 결을 다르게 보여주면서 주목을 받았다.

데이트 중 연상녀가 “이런 감정은 오랜만”이라며 경계심을 내려놓는 순간, 연하남이 “지금이 아니면 놓칠 것 같다”고 말하는 직진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프로그램은 감정이 열리는 순간을 과도한 연출 없이 담아내며 현실적인 거리감을 유지한다. 연하남의 서툰 고백, 몰래 준비한 작은 선물에 얼굴이 붉어지는 모습 등은 시청자에게 소소한 설렘을 전달한다.

ENA·SBS Plus ‘나는 SOLO’ 29기 연상연하 특집은 감정선의 속도를 한층 더 높인다. 첫 등장부터 출연자들은 연애 경험, 결혼관, 가족사까지 솔직하게 공개하며 긴장감을 만든다.

한 남성 출연자는 만난 지 10분 만에 “잠깐 얘기할 수 있을까요?”라고 데이트를 신청한다. 이에 상대는 놀라면서도 따라나서고, 짧은 대화에서 두 사람의 거리감이 조금씩 좁혀진다.

티빙 ‘환승연애4’는 연상연하 서사를 가장 깊게 다룬다. 이 프로그램은 과거 연애의 흔적과 현재의 감정이 뒤섞이는 순간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연상연하 커플로 20대의 가장 빛나던 시간을 함께 보낸 두 출연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러 왔다는 자신감과 달리, 다른 이성과 가까워지는 X의 모습에 단번에 무너지는 모습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처럼 연애 예능은 지금, 세대와 경험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설렘의 시대를 맞고 있다. 시청자는 그 설렘의 진폭을 즐기고 있고, 방송가는 그 감정의 흐름을 또 한 번 새로운 이야기로 확장하려 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연상·연하는 연애 방식 자체가 다르다.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누군가는 한 번 더 생각한다. 이 차이가 화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솔직한 감정선이 시청자에게 바로 전달되는 것이 인기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애 예능을 소비하는 30대·40대 여성 시청자가 크게 늘었다. 연상녀 서사에 자연스럽게 공감하는 층이 형성돼 고정 팬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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