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더 이상 귀엽지 않아!(NOT CUTE)”
인형의 의미를 내포한 ‘아이돌’의 선언치고 이상하다. 특히 과일즙 터지는 상큼함으로 대중에게 다가 온 아일릿의 포고라 하면 더욱 갸우뚱할 수 밖에 없다. 겨울에 발매했다고, 강렬한 ‘쇠맛’으로의 전향은 아니다. 기존의 사랑스러움은 간직하되, 뻔한 귀여움을 지워내고 그 자리에 ‘멋짐’을 채워 넣겠다는 각오다.
아일릿(윤아, 민주, 모카, 원희, 이로하)이 24일 오후 6시 싱글 1집 ‘낫 큐트 애니모어(NOT CUTE ANYMORE)’를 발매하고 컴백했다. 전작들에서 보여준 엉뚱하고 발랄한 10대의 모습을 넘어, 누구도 규정할 수 없는 아일릿만의 당당한 매력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다.

이로하는 “단순히 ‘귀엽지 않다’가 아니다. 귀여운 모습 외에도 아직 보여주지 않은 다양한 모습이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타이틀곡 ‘낫 큐트 애니모어’는 변신을 대변한다. 레게 리듬을 베이스로 한 팝 장르의 이 곡은 인위적인 힘을 뺀 멤버들의 순수한 보컬이 돋보인다. 강렬한 비트로 귀를 때리는 대신, 잔잔하면서도 리드미컬한 흐름으로 리스너를 끌어당긴다.
윤아는 “평양냉면 같은 노래”라고 비유했다. 처음엔 심심하게 느낄 수 있지만, 들을수록 빠져드는 깊은 맛이 있다는 자신감이다. 민주는 “밝고 통통 튀는 음악이나 콘셉트와는 다른 부분이 많다. 저희의 변화를 보고 멋있다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어필했다.

퍼포먼스도 파격을 도모했다. 그동안 무대 위에서 보여줬던 생기 넘치는 표정 대신, 이번에는 시크한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멤버들이 다 같이 고개를 끄덕이는 포인트 안무는 도도하면서도 절제된 ‘멋’을 극대화한다. 억지로 강해 보이려 애쓰지 않고, 무심한 듯 시크하게 자신들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아일릿이 새롭게 추구하는 ‘멋’의 정의다.
이제 데뷔 1년 반, 유독 시계가 빨리 돌아가는 K팝신에서 아일릿은 공식에 맞추면서도 적절히 비튼 전략으로 다가왔다. 음악적 성장과 확장은 덤이다. 멤버 원희는 타이틀곡 코러스에 단독으로 참여하며 보컬 역량을 뽐냈고, 윤아, 민주, 모카는 수록곡 ‘낫 미(NOT ME)’ 작사에 참여했다. “귀여움만으로 아일릿을 정의할 수 없다”는 모카의 말처럼, 스스로 한계를 깨고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이번 앨범은 콘셉트 변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중이 기대하는 ‘귀여운 소녀’의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하면서도, 아일릿 고유의 매력을 잃지 않는 균형 감각이 돋보인다. ‘귀엽지 않다’고 외치지만, 그 당돌함마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역설이 흥미롭다. 제작진을 비롯해 아일릿의 노고와 고뇌가 느껴지는 독특한 마케팅이자 승부수다.
“멋있는 아일릿을 보여주고 싶다”는 민주의 바람처럼, 낯설지만 매력적인 ‘멋쁨’(멋짐과 예쁨을 조합한 합성어)을 장착했다. 대중을 자석처럼 달라붙게 한 ‘마그네틱’과 마찬가지로, 아일릿의 또 한 번의 신드롬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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