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K베이스볼 파워에 ‘살짝’ 가로막혔으니, 절반의 성공인가?
한국과 일본의 평가전을 두고 ‘숙명의 라이벌전’이라 표현했지만, 냉정하게 야구만 놓고 본다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경쟁 구도가 형성될 만큼 대등한 위치라 보기에는 부족함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쉽지 않은 상대’ 이미지는 심어줬으므로 소정의 성과는 달성했다.

‘류지현호’가 지난 15~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두 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승패가 아예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순 없겠지만, 어디까지나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점검차 열린 경기였다. 일본과 같은 조에 편성됐기에, 상대 전력을 미리 파고들 수 있는 탐색전이던 셈이다.
애초 한국이 일본을 격파할 거란 예상은 많지 않았다. 최근 국제 대회 성적이 저조했을 뿐 아니라, 무려 10년 동안 일본에 고전을 면치 못한 탓이다. 당장 메이저리그(ML)에서 활약하는 일본 선수들의 활약만 보더라도 이미 격차는 벌어진 지 오래다. 대표팀에도 150㎞대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대거 포진됐는데, 사사구만 23개를 기록하는 등 ‘제구 난조 고질병’을 떨쳐내지 못했다.
일본전 최종 성적은 1무1패. 류 감독의 말대로 선수단 가운데 도쿄돔 미경험자가 절반이었고, ‘시행착오’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나마 11연패는 면한 데 이어 4개의 홈런을 뽑아냈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무엇보다 2차전의 경우 일본 또한 볼넷을 남발했던 점을 고려하면 마냥 웃을 순 없다. 경기 막판 안현민의 추격의 솔로 홈런과 김주원의 동점 홈런으로 체면은 세웠으나, 밀어내기 볼넷으로 4실점을 준 부분은 반드시 되짚어야 한다. 물론 스트라이크존 적응에 애를 먹은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낯선 환경에 어려움을 겪은 건 일본 대표팀 또한 마찬가지다. 피치컴과 피치클락은 초면인 데다가, 연습 경기도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실제 일본 현지에서도 “피치컴과 피치클락에 적응하지 못 해 평소 리듬을 찾지 못한 투수들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선수 출신 아라이 히로마사 해설위원은 “한국은 과감하게 스윙하는 타자들이 많다”며 “한국 투수진의 강한 타구를 퍼 올려 펜스를 넘긴 장면은 없었다. 파워 부분은 한국이 더 앞섰다고 본다. 그 점을 고려해 WBC 대표팀 구성과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경기 전승에는 실패했지만, 일본에 경각심을 심어준 건 분명하다. “사소한 연습 경기라도 무섭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다짐만큼은 증명해 냈는데, 아직 본게임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ssho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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