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인류는 AI라는 대격변의 시기에 놓여 있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학습 능력을 가진 AI가 인류에게 어떤 풍요를 줄지, 아니면 더욱 극심한 양극화의 주범이 될지 기대와 우려 사이의 경계에 서 있다. AI를 컨트롤 하는 인간이냐, AI의 능력에 잠식되는 인간이냐는 새로운 질문을 앞세운다.
강윤성 감독의 도전적인 실험에 발맞춘 파트너가 있다. 영화학도 출신 권한슬 AI 크리에이터다. 그는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거머쥔 AI 단편영화 연출자이자, AI 스타트업의 대표다.
하루 하루 성장하는 속도가 다른 AI가 도래한 지금, 그는 인간의 특출한 능력이 없으면 AI는 불필요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예리한 감각을 가진 인간이 있어야만 비로소 완성도 높은 예술품이 탄생한다는 주장이다.
권한슬 AI 크리에이터는 “결국 AI는 인간이 창조한 문화 안에서 새로운 창조물을 만드는 것이다. 레퍼런스를 참고하고, 사람의 창작 방식을 활용해 새 창작물을 만드는 것”이라며 “아무리 기술이 좋아져도 인간이 정확하게 선택과 결정을 하지 않으면, 완벽한 창작물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중간계’는 그런 점에서 희망을 엿보게 한다. 특히 염라대왕이 변신해 인간을 공격하는 장면은 스펙타클하다. 엄청난 후반작업 비용이 예상되지만, AI를 활용하면서 예산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배우들의 개런티를 포함한 6억 원이 순제작비다.

권 크리에이터는 “AI는 값싼 기술이 아니다. 새로운 실험이란 의미에서 매우 싼 인건비로 희생한 측면이 있다. CG와 같은 값과 시간이 주어졌다면 훨씬 더 좋은 퀄리티의 작품이 탄생했을 것”이라며 “수 천가지 영상 중에 좋은 것들만 빼서 영상화 했다. 원본은 팔이 잘려 나가는 등 엉뚱한 짓을 한다. 그 중에 좋은 것만 발췌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6개월마다 천지가 요동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나야, 문희’를 제작할 때와 ‘중간계’의 시점은 하늘과 땅 차이며, ‘중간계’를 시작하는 시점과 홍보할 때의 6개월 정도에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실제로 ‘나야, 문희’를 보면, AI 영상이라는 게 뚜렷하다. 가짜라는 느낌이 분명하다면 ‘중간계’는 실사 촬영물처럼 전달된다. 영상의 품질이 다르다.
“‘나야, 문희’ 때와 비교했을 때 노력의 양이 엄청나게 줄었죠. 퀄리티는 더 높아졌고요. 움직임이 달라요. 이 기술은 결국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너무 두려워할 건 없어요. 창작의 영역을 건드리지만, 지배할 수는 없으니까요. 굉장히 좋은 툴이 나왔다고 생각하면 돼요. 결국 감정은 인간이 전하는 것이거든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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