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준범 기자] 국제배구연맹(FIVB)은 왜 컵 대회 진행을 반대했나.

지난 12일 막을 올린 FIVB 세계선수권은 오는 28일까지 필리핀에서 진행된다.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이 이끄는 남자 배구대표팀도 출전한다.

다만 FIVB는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난 후 3주 이상의 휴식기를 가지고서 각국 리그 경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내달로 예정된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새 시즌 개막전이 내년 3월로 미뤄진 이유다. 선수 보호 차원이다.

그럼에도 KOVO는 컵 대회가 정식 리그가 아니고 ‘이벤트성’ 경기라는 판단하에 개최를 강행했다. 또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 없이도 외국인 선수 출전을 허가토록 했다. 이 문제에 관해 몇몇 구단이 3개월 전부터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KOVO는 이상없다는 판단으로 밀어붙였다.

FIVB는 컵 대회 남자부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오후 늦게 외국인 선수 출전 금지를 통보했다. 더 나아가 FIVB는 외국인 선수의 출전을 강행할 경우, 시즌 개막 후에도 ITC를 발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FIVB의 규정이 과한 면도 있다. 실제 독일, 폴란드 등에서도 대회가 열리고 있다. 또 나라마다 세계선수권이 끝나는 시점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를 일괄 적용하는 것이 적정하냐는 지적이다.

특히 FIVB가 컵 대회를 승인하면서 내건 조건 중 하나인 ‘세계선수권 대회에 등록된 선수들은 KOVO컵 대회에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선수권 출전 명단(14명)이 아니라 후보까지 포함된 25인 확대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까지 대회에 참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25인에 포함됐다 최종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은 김준우(삼성화재), 이상현(우리카드) 등은 뛰지 못한다. 또 이미 첫 경기를 치른 차지환(OK저축은행), 황승빈, 임성하, 정태준(이상 현대캐피탈)도 남은 경기에 뛰지 못한다. 이미 FIVB의 조건을 지키지 않은 만큼, 출전한 4명에 관한 추가 징계 가능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더욱이 허수봉, 박경민, 신호진을 세계선수권에 보낸 현대캐피탈은 선수 구성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전력 유출이 크다.

그렇다고 해도 규정은 규정이다. ‘악법’도 법인 만큼 이를 따라야 한다. KOVO의 안일한 대처는 충분히 비판받아야 할 대목이다. A 구단 관계자는 “대회가 재개됐다고 하지만 사실 불안한 마음도 있다.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말했다. B 구단 관계자 역시 “컵 대회 재개에 힘을 모으겠지만 대회가 마무리된 후에 남자부 단장단 차원에서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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