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국내 재계에서 패션으로 대중의 이목을 끌고, 영향력을 과시하는 인물이 있다. 올드머니룩의 정석이라 불리는 삼성가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고가의 명품 아이템을 근사하게 표현하는 이재용 삼성 회장의 전처인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이다.

이들이 공식 석상에 등장할 때마다 착용했던 의류, 가방, 신발 등은 세간의 화제가 되며, 유행을 이끈다. 또 이부진 사장이 종종 즐겼던 중저가의 패션 아이템들은 품절 대란을 일으킨다.

국내 재계 패셔니스타로서 늘 초미의 관심사가 됐던 이들의 패션엔 각각 ‘추구미’(자신이 추구하는 아름다움)가 담겨 있다.

◇ 화려한 금수저룩의 정석,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은 한때 삼성가의 며느리로, 이재용 삼성 회장과 이혼 후 현재는 배우 이정재와 9년째 열애 중이다. 임 부회장은 탁월한 세련미로 올드머니룩의 정석으로 꼽히고 있다.

임 부회장의 패션이 화제가 된 것은 지난 2015년 이정재와 공개 열애 포착 당시 착용했던 의류가 고가임이 밝혀지면서 시작됐다.

당시 임 부회장이 심야 데이트 때 입었던 케이프 코트는 400만원대의 발렌티노 제품으로 알려졌다. 브런치 데이트 당시 입었던 퍼 롱코트는 3200만원대이며 함께 코디했던 에르메스 버킨백은 2500만원대다. 임 부회장이 착용한 제품들의 가격은 대략 6000만원대가 넘으며, 당시에는 이를 ‘전셋값 패션’이라 부르기도 했다.

임 부회장은 지난해 미국 LA에서 열린 ‘2023 LACMA 아트+필름 갈라’(LACMA ART+FILM)에서도 주목받았다. 연인 이정재와 함께 등장했는데 이날 임 부회장은 고가의 블랙톱 드레스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2022년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도 함께 등장했는데, 임 부회장은 명품 브랜드 디올의 화이트 민소매 드레스를 착용했다.

임 부회장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달리 외관만으로도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고가의 패션을 보여줬다. 임 부회장이 입고 드는 것에는 한정판이나 정식 출시 전 제품들도 있다.

반면 임 부회장과 다른 스타일로 올드머니룩을 선보이는 이가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클래식한 중저가의 아이템을 기반으로 부드럽고 여유 있는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 절제미의 정석 올드머니룩,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지난해 11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착용해 화제가 된 빠투의 검정 숄더백 ‘르 빠투 백 블랙’이 연일 동나는 등 인기 몰이중이다.

LF에 따르면 이 사장의 착용 모습이 공개된 직후 르 빠투 백 블랙의 2주간 판매량은 직전 2주에 비해 약 1000% 증가했다. 로고, 유광, 미니 사이즈 등 유사 상품을 포함하면 판매량은 1600% 늘었다.

해당 제품이 199만원이라는 가격대가 알려지면서 대중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에르메스, 샤넬 등과 같이 1000만원대를 호가하는 고가의 명품 가방을 착용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 부회장이 선택한 가방은 중저가 명품 브랜드였다.

사실 이 부회장은 자주 중저가 브랜드의 패션을 선보인다. 국내 첫 여성 대상 장학재단인 두을장학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 사장이 지난 4일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올해 새로 선발된 장학생들과 만날 당시 착용했던 투피스도 화제를 모았다.

투피스가 명품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날 이 사장이 착용한 투피스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딘트’의 넨토 슬림 재킷 스커트 투피스(벨트 세트)로 홈페이지에 따르면 가격은 11만 9700원이다. 착용 당시 가격이 공개되면서 주문이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 5조, 2022년 기준 연봉 35억원의 이 사장은 이처럼 재산에 비해 차분하고 검소한 스타일을 선호한다는 평가다. 이 부사장은 브랜드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과 어울리는 상품으로 기품있는 모습을 유지하며, 재벌가 여성 오너 중 독보적인 스타일로 자신을 보여준다.

임 부회장이 화려한 고가의 명품 아이템으로 스타일링 하는 것과 달리 이 사장은 고가의 명품보다는 중저가 브랜드로 올드머니룩 스타일을 완성하는 것.

다만 이들의 패션 철학에도 공통점은 있다. 이들은 로고리스를 추구하며 소재, 핏, 실루엣 등으로 차별화를 둔다.

전문가들은 이를 메시지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재계의 한 전문가는 “SNS 발달, 광범위한 인터넷상 정보로 재벌 총수, 유명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착용한 패션 가격대, 브랜드까지 모두 공개되는 시대다”며 “이에 국내 재계인사들은 본인들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옷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거나 자신의 경영 스타일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gyuri@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