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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고척=장강훈기자] “5분? 7분? 10분은 안될 거에요.”
한 경기에서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매우 짧다. 초구에 타격해 아웃된다면 12초가 채 안된다. 키움 이용규처럼 20구 승부를 매 타석 할수는 없다. 타석당 평균 시간이 1분 30초라면, 한 경기 평균 네 타석에서 소요되는 시간은 6분 남짓이다. 짧은 시간에 결과를 만들어내야하기 때문에 모든 야수는 타격훈련에 큰 비중을 둔다. 어쨌든 상대보다 더 많은 점수를 얻어야 승리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KBO리그 정규시즌이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해 6월30일까지 352경기를 치렀던 KBO리그는 올해 28일 현재 363경기를 소화했다. 두산을 제외한 9개 팀이 정규시즌 일정의 절반을 넘어섰다. 개막일은 하루 차이였으니, 쉼없이 달린 게 맞다. 선수층이 두꺼운 편이 아니어서 롯데 한화 등 대대적인 리빌딩 팀을 제외하고는 주축들이 경기를 책임져야 하는 구조다.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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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떨어지면 스윙이 무뎌진다. 야구는 순간적으로 몸이 가진 힘을 폭발하는 운동인데, 체력이 떨어지면 몸 스피드가 떨어진다. 공 반개 차로도 안타와 범타가 갈리는 게 타격이다. 떨어진 몸 스피드를 보완할 방법은 노림수를 두고 반박자 빠르게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속구 타이밍에 스윙했는데, 슬라이더나 스플리터 등 변화구가 히팅포인트에서 걸리는 운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런 방법은 운에 의존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젊은 선수가 많은 팀은 여름레이스에 접어들면 타격이 침체된다. 모든 사령탑이 “진짜 승부는 8월 중순 이후”라고 입을 모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수 각자 떨어진 체력을 보충할 노하우를 쌓을 때까지 버티기로 임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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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레이스 초입에는 수비가 우선이다. 투수력을 포함한 수비로 최소실점해야 승리확률을 높일 수 있다. 경기 평균시간이 세 시간이라고 가정하면, 1시간 30분은 수비에 할애한다. 어쨌든 그라운드에 서 있어야 하고, 공 하나하나에 반응해야 한다. 백업, 컷오프 등 활동범위도 넓다.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지만, 진짜 버티기는 수비 싸움이다.
지난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와 키움전은 이정후의 3점 홈런으로 승패가 갈렸다. 그러나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양팀 수비력 차이가 팽팽한 흐름에 균열을 일으켰다. 키움 야수들은 적극성을 갖고 수비에 임했다. 까다로운 타구에 몸을 던져 상대 흐름을 차단했다. 반면 KIA는 빅이닝의 빌미를 제공한 5회말뿐만 아니라 이닝을 끝낼 수 있는 타구를 더블플레이로 연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여러차례 보였다.
타격침체보다 느슨한 수비를 더 경계해야 한다. ‘풀타임 첫해’라는 말은 적어도 수비에서는 핑계일 뿐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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