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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부산=김동영기자] 사직구장 외부에서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퍼졌다. 주인공은 ‘빅 보이’ 이대호(40)다. 팬클럽 회원들이 뜻을 모아 이대호의 생일을 축하했다. 이대호도 정성을 들여 사인을 해줬다. 경기까지 이겼다. 잔여 시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웃으며 말했지만, 은퇴 번복은 없을 전망이다.
이대호는 1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SSG와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2안타 1타점을 생산했다.
8회말 안타가 컸다. 2-4로 뒤진 상황에서 3-4로 따라가는 적시타를 날렸다. 이후 DJ 피터슨의 동점 타점이 나왔고, 정보근의 역전 2타점 적시 2루타가 터졌다. 한태양의 추가 적시타까지 나왔다. 8회에만 대거 5득점에 성공하며 롯데가 7-4의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이대호는 “주자 1,2루였고, 땅볼을 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홈런 아니면 삼진이라 생각하고 강하게 돌렸다. 그러면서 좋은 타구가 나온 것 같다. 오늘 찬스가 별로 없었다. 막판에 기회가 왔는데 하위 타선에서 해줬다. 특히 (정)보근이가 하나 했다. 기쁘다. 보근이가 쳐서 더 기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기록을 더해 이대호는 올 시즌 63경기에서 타율 0.347, 8홈런 32타점, 출루율 0.380, 장타율 0.490, OPS 0.870을 만들고 있다. 타율 2위, 최다 안타 3위(85개), OPS 8위에 자리하고 있다. 40세 시즌에 이 정도 기록을 만들고 있다. ‘역시 이대호’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더 놀라운 점은 일찌감치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는 점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승엽에 이어 두 번째로 은퇴투어를 하기로 했다. 한·미·일 리그를 모두 경험했고, 국가대표로서도 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은퇴투어를 안 하는 것이 이상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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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가 워낙 좋은 활약을 펼치자 팬들이 붙잡고 나섰다. ‘이대호의 은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적잖이 나오는 중이다. 나이와 무관하게 여전히 실력이 최상급이다. 아까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대호는 롯데의 상징과 같은 선수다.
그러나 이대호의 생각은 크게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은퇴를 번복해 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많다고 하자 “남은 시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별다른 부연설명도 없었다.
출근길에는 기분 좋은 일도 있었다. 팬클럽에서 이대호의 생일을 챙겼다. 구장 정문 앞에 테이블을 세팅하고, 풍선과 꽃 등을 준비했다. 이대호가 도착하자 노래도 불렀다. 이대호는 ‘이대호 사랑해’라고 적힌 응원 수건에 사인을 했고, 유니폼에도 사인을 해줬다.
이대호는 “사실 화요일(21일)이 생일인데 홈에서 미리 생일파티를 해주셨다. 감사하다. 나도 그렇지만, 팬클럽 회원분들 많이 아쉬워한다. 마지막 아닌가. 야구장에서 챙길 수 있는 마지막 생일이었다. 그래서 많이 챙겨주신 것 같다. 오늘 같은 좋은 날 나도 잘하고, 팀도 이겨서 좋은 선물 드리지 않았나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당장 내일 은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끝은 정해져 있다. 아무리 길어도 10월이면 이대호의 현역 생활이 끝난다. 얼마든지 더 할 수 있어 보이지만, ‘부산사나이’답게 자신이 한 말은 지킬 전망이다. 그래서 더 아쉽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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