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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칸(프랑스)=조현정기자]‘어른들의 멜로에 정사 장면이 없는 이유?’

‘아가씨’ 이후 6년 만의 한국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박찬욱 감독이 24일 오전 11시 30분(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전세계 최재진을 대상으로 한 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 정서경 작가, 배우 탕웨이, 박해일도 함께 했으며 한국은 물론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캐나다, 대만 등의 취재진이 몰려 뜨거운 취재열기를 보였다.

앞서 ‘헤어진 결심’은 23일 오후 6시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전세계 최초로 상영된 뒤 8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고 국내외 언론 및 영화 관계자들에게 극찬받았다.

박 감독은 전작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등에서 수위높은 폭력과 농도짙은 정사 장면이 등장해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을 특유의 스타일로 표현해왔다. 그러나 ‘어른들의 멜로’를 표방한 ‘헤어질 결심’에는 정사 및 폭력신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는 이와 관련한 질문에 “다른 감독이 만들었으면 이런 질문은 안했을텐데 (정사 장면이) 왜 없냐고 질문하냐”며 “어제 여러 나라 배급사들과 만나 얘기하는 중에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각자 자기나라에서 영화를 홍보할 때 ‘(‘헤어진 결심’이) 박찬욱 영화의 새로운 진화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하겠다더라. 그러면 (관객들이) 진화된 폭력과 섹스를 상상하지 않겠나.그래서 차라리 모르는 감독의 작품이라고 하라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폭력과 정사장면이)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안넣은 것이다. 처음 기획할 때 ‘이번에는 정말 어른들을 위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정말 엄청난 섹스장면이 나오나봐’ 해서 이런 기대를 낳는구나 싶어서 반대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랑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개인의 생활이나 삶의 의문을 영화의 소재로 사용하는 타입의 감독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게 이 영화 속에 얼마나 담겨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서경 작가와 내가 앉아서 꾸면 이야기”라면서도 “사랑이란 인물 사이에 맺을 수 있는 여러가지 관계 중 그 사람이, 인간이란 종족이 무엇인지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유형의 관계라 생각한다”고 명료하게 답했다.

한편 ‘헤어진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수사멜로극이다. 오는 6월29일 국내 개봉 예정이다.

hjcho@sportsseoul.com

사진|모조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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