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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가 15일 시범경기 한화전에서 타격을 하고 있다. | 제공=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롯데 ‘레전드’ 이대호(40)의 은퇴투어를 진행한다. 10개 구단이 모두 동의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도 애초에 준비하고 있었던 부분. 논란이 한 차례 일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대호는 모든 구단의 박수를 받으며 떠날 수 있게 됐다.

KBO는 14일 “10개 구단과 의논해 올 시즌을 마친 후 현역 은퇴를 예고한 롯데 이대호에 대해 그동안 리그와 국가대표팀에서 보여준 공로를 존중해 은퇴투어를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세부계획은 추후 발표된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대호는 지난 2017년 이승엽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은퇴투어에 나서는 선수가 됐다. 은퇴투어는 특정 선수나 구단이 원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KBO 실행위원회 혹은 이사회 의결 대상도 아니다. 10개 구단 협의가 필요하다. 이 부분이 원활하게 진행이 됐고, 성사가 됐다.

KBO 관계자는 “구단 마케팅 팀장들과 수시로 회의를 한다. 이대호의 은퇴투어 이야기가 나왔고, 모두 찬성했다. 마케팅의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부분 아닌가. 단장에게도 보고가 올라갔고,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선수협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양의지 회장은 “이달말 열릴 선수협 총회에서 이대호 선배의 은퇴투어를 공식화하는 안건을 상정한 상태다. KBO와 구단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도 대비해 시행 방법을 마련해 총회에서 선수들에게 알릴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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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8일 사직에서 열린 삼성-롯데전을 앞두고 열린 이승엽의 은퇴투어 행사에서 이승엽(왼쪽)이 이대호로부터 잠자리채를 기념품으로 받고 있다. 사직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이대호는 일찌감치 2022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KBO리그를 호령했던 스타이자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정점에 섰던 선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한 시즌을 뛰었다. 2006년 트리플 크라운(타율·홈런·타점)을 차지했고, 2010년에는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관왕에 올랐다. 골든글러브 6회, MVP 1회 수상에 빛난다.

통산 350홈런 이상 때린 역대 4명 가운데 1명이며(351개), 타점(1324개)도 역대 5위다. 타율(0.307) 또한 통산 17위다. 리그를 지배한 타자였다. 2012~2015년은 일본에서도 맹타를 휘둘렀다. 4년간 타율 0.293, 98홈런 348타점, OPS 0.856을 일궈냈다.

2012년 퍼시픽리그 베스트나인에 선정됐고, 2014년과 2015년 일본시리즈 우승도 품었다. 2015시즌에는 일본시리즈 MVP까지 등극했다. 2016년 시애틀에서 타율 0.253, 14홈런 49타점, OPS 0.740이라는 준수한 기록도 남겼다. 한·미·일 통산 2503경기에서 2716안타, 타율 0.302, 463홈런을 친 타자다.

붙박이 국가대표이기도 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메이저 국제대회에 7차례 출전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의 주역이었고,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의 중심에 있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우승도 있다.

이 정도의 선수라면 은퇴투어 이야기가 나와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의외로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한다는 이야기도 없었는데 ‘불가’를 외치는 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핵심은 ‘누구는 안 되는데 누구는 왜 하느냐’였다. 반대 목소리가 생각보다 거셌고, 옹호하는 쪽도 강하게 붙었다.

[포토] 이대호 \'빠질 틈이 없어\'
롯데 이대호가 김해 롯데상동야구장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상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졸지에 이대호가 뜨거운 불판 위에 자신도 모르게 올려진 셈이 됐다. 결국 이대호 스스로 부담을 느꼈다. 이대호의 입에서 “구단에 은퇴식도 마련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래서 은퇴투어는 생각도 안 해봤다. 차라리 사인회를 하고 싶다”는 말까지 나왔다.

성대한 은퇴를 바라지 않는 선수는 없다. 그러나 선수가 먼저 나서서 “해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대호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인정하는 업적을 쌓았기에 예우가 당연해 보였지만,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무리가 있다. 하물며 논란이 됐기에 더 난감했을 터.

야구계에서도 “이대호가 못하면 누가 하는가”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대호의 친구인 추신수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왜 나오나. 이대호 같은 선수가 박수받지 못하면 은퇴투어를 몇 명이나 할 수 있겠나”라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은퇴투어가 확정됐다. 그러나 이대호는 아직 신경이 쓰이는 듯하다.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9개 구단이 나 한명을 위해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 부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고 했다.

결국 움직인 것은 구단들이었다. 발표를 KBO가 했을 뿐이다. 그것도 사장 혹은 단장이 위에서 지시한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시작해 수뇌진의 결정으로 이어졌다. 선수협 차원에서도 이대호를 성대하게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이제 이대호는 마지막 시즌을 잘 치르기만 하면 된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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