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진의 오 마이 러시아!]'1%의 가능성' 응원한 대한민국이 진짜 다큐멘터리
    • 입력2018-06-29 06:30
    • 수정2018-06-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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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손흥민, 독일전 승리의 기쁨!

[스포츠서울]‘1%의 가능성’을 안고 독일전을 응원한 대한민국 자체가 진짜 다큐멘터리였다.

독일과의 경기에 앞서 ‘1% 가능성’이란 얘기를 듣자마자 EBS에서 촬영한 자연다큐멘터리가 떠올랐다. 예능 프로그램은 적어도 51%의 가능성은 보고 촬영에 들어가지만 자연 다큐멘터리는 1% 가능성을 가지고 촬영한다. 야생동물이 어떤 행위를 할지 알 수 없기에 가능성만 있으면 카메라를 대고 99번을 못찍더라도 1번 살아있는 모습을 찍으면 성공이다. 독일전이 그런 느낌이었다. 지난 밤 모든 국민이 1% 희망으로 축구를 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자연 속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진짜 다큐멘터리 같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까지는 굉장히 잘했지만 독일과의 준결승에서는 힘 한 번 못 쓰고 졌다는 느낌이 있었다. 바둑에서도 하수가 고수를 상대할 때 방어만 하다보면 이미 지고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대회에서는 유럽팀, 특히 독일을 이긴 것이 압권이었다. 아마 대회 후 가장 예측할 수 없었던 경기를 꼽으라면 한국-독일전일 것이다. 독일전 승리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독일전까지 못했다면 신태용 감독은 감독으로서가 아니라 개인 인생에서도 엄청난 시련을 겪을 수 있었다.

골을 넣은 장면이 당연히 기억에 남지만 이기고 난 뒤 카메라에 잡힌 신 감독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독일에 이겼지만 붕붕 날지도 않고 아쉬운 표정도 아니었다. 가만히 앉아 선수들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이번 월드컵의 느낌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포토] 손흥민, 감독님...우리가 이겼어요...
개인적으로 신 감독을 잘 아는 입장에서 한국 축구와 신 감독이 참 욕을 많이 먹는구나 싶었다. 월드컵 대표팀을 맡은 감독의 무게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일텐데 독일에 이겼어도 마음 고생을 꽤 할 것 같다. 축구를 가지고 이렇게 얘기를 하다보니 그에 비하면 만분의 일도 안되겠지만 마치 같은 배를 탄 느낌을 받기도 했다. 평소에도 내가 먼저 전화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해서 어제는 메시지를 한 번 보낼까 하다가 결국 돌아올 때까지 참기로 했다.

선수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던 것은 비난을 받으면서 러시아에 갔고 스웨덴전 후에 더 큰 비난을 받았지만 결국 독일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정말 외롭게 싸웠다. 독일전에 졌더라도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어제는 정말 손이 닳을 정도로 박수를 보냈다.

이번 월드컵을 바라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승패를 떠나 감독과 팀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게 기다려주는 풍토가 아쉬웠다. 매 순간마다 비난과 칭찬이 이어지고 동서로 가라 남북으로 움직이라고 계속 충고를 하는데 이를 다 귀담아 듣다보면 오히려 방향성을 잃어버릴 것 같다. 너무 많은 충고는 오히려 독이 수 있다.

우리는 대회만 끝나면 지금부터라고 얘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 4년을 준비해도 그동안에 축구 문화가 좋은 방향으로 정착되는 것은 아니기에 버거울 수 있다. 그러니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철저하게 준비해서 4년 후 월드컵을 맞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방송인
사진|카잔(러시아)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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