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일의 쁘리벳 러시아]'뻥 뚫린 스웨덴 훈련장'…선수-미디어-팬 삼자가 불편하다
    • 입력2018-06-14 06:04
    • 수정2018-06-1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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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훈련장 보안2
이 훈련장을 어찌할꼬, 스웨덴 축구대표팀 베이스캠프 훈련지인 러시아 겔렌지크 스파르타크 훈련장. 언덕 위 주상복합 건물에서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겔렌지크 | 김용일기자

[겔렌지크=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러시아에서 와서 이것만큼은 ‘쁘리벳’하지 못할 일이다. 겔렌지크에 왔을 때만 해도 스웨덴 훈련장이 이슈가 되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12일(한국시간) 스웨덴 입성 첫날 훈련이 오픈 트레이닝으로 열렸다. 1800석 만원 관중 외 200여 명이 문제가 되는 그 장소인 훈련장 스파르타크 스타디움 골대 뒤편에 있는 언덕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처음엔 ‘저기서도 보고 있네’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기자로서 ‘뻥 뚫린 훈련장’ 논란을 왜 예감하지 못했는지 헛웃음이 나온다. 물론 모든 시선이 러시아에 입성한 스웨덴 선수에게 쏠려 있었기에 크게 의식하지 못했다. 문제의 발단은 훈련 후 스웨덴 언론이 자국 대표팀 러시아 입성 소식보다 훈련장 보안 실태를 조명하면서다. ‘뻥 뚫린 훈련장.’ 언덕에서도 볼 수 있고, 더 문제는 언덕 뒤 주상 복합건물이다. 창문이 경기장 방향으로 나 있다. 거주자라면 커피 한 잔 들고 느긋하게 훈련장을 바라볼 것 같다. 기자가 오죽하면 동료 몇 명과 늦은 밤 도보로 주상 복합건물로 이동하지 않았던가. 2층 상가까지는 계단을 이용해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데 예상보다 훈련장이 훤히 잘 보였다.

둘째 날부터 스웨덴 훈련장의 최대 관심사는 보안. 뻥 뚫린 훈련장 논란으로 자국 언론에 뭇매를 맞은 스웨덴 대표팀 측은 주변에 경비 인력을 크게 늘렸다. 훈련장 인근 숲은 물론이고, 보안 핵심 지역인 언덕~주상복합 건물 주변으로는 러시아 경찰과 현지 보안 요원 등이 깔렸다. ‘007 작전’ 못지않은 분위기였다. 스웨덴이 초반 15분 훈련만 공개했기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현지 경비 인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훈련 보안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섭씨 29~31도를 오가는 더운 날씨에 일부 경찰은 그늘을 찾아 들어가 앉기도 했다. 한국 취재진은 초반 훈련 공개 시간에 일부러 주상복합 건물 쪽으로 걸어갔다. 얼마나 경비 인력이 훈련장 보안을 위해 신경 쓰는지 보고 싶었다. 그런데 언덕과 주상복합 건물 주변으로 걸어 다니는 현지인 뿐 아니라 한국 기자도 잠시 쳐다만 볼 뿐 제지하지 않았다. 당연히 한국 취재진은 비공개로 전환했을 땐 다시 훈련장 내 미디어센터로 복귀했다. 취재 윤리를 지키는 게 당연한 도리나, 스웨덴의 어설픈 보안 시스템은 누군가 애국심을 발휘해 훈련장을 몰래 염탐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웨덴 훈련장 보안1
언덕 위에 서 있는 현지 경찰, 보안 관계자.
스웨덴 보안
스웨덴 비공개 훈련 보안이 뚫린 것을 집중보도한 스웨덴 언론. 캡처 | 아프톤 블라데트 보도

결국 문제가 생겼다. 비공개 훈련 5분 만에 SNS에 스웨덴 훈련 영상이 올라온 것이다. 스웨덴 대표팀 훈련 담당관인 라세 릭트 씨는 “러시아 보안 요원과 더 얘기를 나눠야 할 것 같다”며 무척 당황해했다. 스웨덴 측에서 망원경까지 들고 언덕을 관찰했다는 얘기가 들렸는데 헛수고였다. 스웨덴 언론 ‘아프톤블라데트’ 등은 ‘50명이 넘는 경찰, 보안 인력이 훈련장 주변에 있었으나 전혀 도움이 안 됐다’며 허탈해했다. 이들은 훈련을 마치고 공동취재구역에 등장한 자국 선수에게도 훈련장 보안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유로운 휴양지에서 본선 조별리그 대비를 꿈꾼 스웨덴 측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느낌이다. 선수 뿐 아니라 언론도 마찬가지. 이를 바라보는 한국 취재진, 일반 팬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한국 오스트리아 캠프의 스웨덴 스파이설 등과 맞물려 서로의 신뢰에 금이 가는 모양새다.

스웨덴 훈련장은 마음을 먹으면 누구나 지켜볼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최근 오스트리아 스파이 유출 논란 뿐 아니라 과거 훈련 보안과 관련한 얘기가 나왔을 때 꺼낸 말이 있다. “솔직히 어느 나라든 상대가 훈련장이 보이는 곳에 몰래 숨으면 찾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 건 대체로 믿고 가는 것이다.” 야네 안데르손 감독이나 마르쿠스 베리 등 스웨덴 감독, 주요 선수 모두 “상대가 의도적으로 볼 순 있겠지만 오로지 훈련에만 집중하겠다”, “상대 팀이 지킬 건 지켰으면 한다”고 했다. 월드컵 뿐 아니라 스포츠는 그런 것이다. 승부가 본질일 수 있으나, 그 이상 가치가 있기에 ‘페어플레이’를 강조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스웨덴을 잡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하나, 한편으로는 우리 것에 더 집중해서 떳떳하게 도전했으면 한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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