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일의 쁘리벳 러시아]'내 친구 구자철의 나라처럼'…친절한 핀보가손의 꿈
    • 입력2018-06-13 16:21
    • 수정2018-06-1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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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렌지크 핀보가손

[겔렌지크=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핀보가손! 한국에서 왔습니다.”

12일(한국시간) 러시아 남서부 흑해 해안 도시 겔렌지크. 월드컵 베이스캠프 입성 이후 사흘째 훈련에 앞서 공동취재구역에 등장한 아이슬란드 공격수 알프레드 핀보가손(29·아우크스부르크)은 한국 기자의 방문에 예상보다 더 반가워했다. 사실 그는 이날 공동취재구역 인터뷰 대상자가 아니었다. 아이슬란드축구협회는 당일 훈련에 앞서 인터뷰에 응할 선수를 정해 자국 언론에 알린다. 현장에서 만난 아이슬란드 인터넷 매체 ‘VISIR’의 콜 베인 기자에 따르면 이날 질피 시구르드손 등 7명이 공동취재구역에서 인터뷰할 예정이었는데 핀보가손은 명단에 없었다. 아이슬란드 대표팀 미디어 담당관은 한국 기자가 등장한 것에 ‘감을 잡은 듯’했다. “핀보가손을 불러줄 수 있느냐”는 말에 ‘OK’ 표시를 했다. 월드컵을 앞둔 국가들은 대체로 선수를 예정에 없이 미디어 앞에 서게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고 선수들의 반응도 예민한 편이다. 그러나 아이슬란드는 관계자나 선수나 참으로 친절했다.

2년 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에 이어 러시아에서 ‘월드컵 동화’를 꿈꾸는 아이슬란드에서는 핀보가손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는 월드컵 직전 영국 ‘스카이스포츠’가 선정한 ‘덜 알려진 월드컵 스타 20인’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적어도 국내 팬들에겐 익숙한 존재다. 한국 국가대표 미드필더인 구자철과 팀 동료이자 동갑내기 절친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핀보가손은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1라운드서부터 종아리를 다쳐 10경기를 쉰 가운데서도 12골을 터뜨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시즌 막바지 복귀해 마인츠와 31라운드 홈경기에서 1골 1도움으로 2-0 완승을 견인하며 팀의 1부 잔류를 이끌었다. 2013~2014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득점왕 출신인 그는 2015~2016시즌부터 세 시즌째 아우크스부르크 유니폼을 입고 있다. 구자철도 이때 마인츠에서 아우크스부르크로 적을 옮기면서 인연을 맺었다.

공동취재구역에 선 핀보가손을 향해 아이슬란드 언론이 먼저 마이크를 들이댔다. 핀보가손과 10여분 넘게 한참 인터뷰했다. ‘우리가 요청한 건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데 또다른 아이슬란드 기자가 밀고 들어오는 것 아닌가.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온 기자입니다”라고 말을 툭 건넸는데 핀보가손이 환하게 웃으며 반가워했다. 이어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왔다. 자국 언론 인터뷰을 마친 뒤 만나자는 의미였다. 사실 선수가 훈련하기 전이나 후에 미디어와 장시간 인터뷰를 하는 건 드문 일이다. ‘친절한 핀보가손’이구나 생각했다.

실제 그는 다른 언론과도 5분 넘게 인터뷰를 한 뒤 약속대로 한국 취재진 앞에 섰다. “구자철의 동료로 한국 팬들도 잘 알고 있고 유로2016 8강 신화로 아이슬란드의 인기도 좋다”고 말하자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러시아에 오기 전) 구자철과 여러 얘기를 했다. 친구와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겠는데…”라고 웃으며 “양 팀 모두 기적을 일궈내기를 바란다”고 웃었다. ‘구자철’이란 이름만 꺼내도 싱글벙글. 정말 친한 사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더 반가운 건 그의 입에서 2002 한·일 월드컵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핀보가손은 “당시 한국이 4강에 진출한 것을 기억한다. 우리 팀도 이번에 처음 월드컵에 도전하는데 한국이 2002년에 했던 것처럼 세상을 놀라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빙하의 나라’ 아이슬란드는 축구 유망주들을 실내에서 키운 것으로 유명하다. 핀보가손도 ‘인도어 키즈’ 세대다. 16년 전 우리 나라로 따지면 중학교에 갓 입학할 나이다. 한참 축구 선수로 꿈을 키워갈 시기에 한국의 월드컵 신화를 지켜봤다는게 뿌듯하기도 했다.

물론 아이슬란드의 월드컵 도전은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 첫 상대가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다. 16일 오후 10시(한국시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격돌한다. 핀보가손은 “두렵지 않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언이 아니다. 아이슬란드하면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톱3에 드는 단골 국가다. 여유롭고 평온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정말 다른가 싶었다. 핀보가손 뿐 아니라 간판스타 시구르드손도 귀찮은 표정 하나 없이 미디어 인터뷰를 40분 가까이 소화했다. 훈련도 하기 전에 지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는데 아무렇지 않게 훈련장에 들어가 동료들과 웃으며 공을 찼다. 아이슬란드 취재진도 낯선 동양인 기자에게 한없이 친절하게 대했다. 큰 대회를 앞두고도 오히려 이러한 느긋함과 여유로운 마음이 아이슬란드의 기적을 이끌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핀보가손이 러시아에서 꿈꾸는 아이슬란드판 ‘2002 한국의 기적’이 공염불만은 아니리라고 여겼다. 그는 훈련장에 들어가기 전 우리와 손을 맞잡으며 “파이팅”을 외쳤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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