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의 러시아 이야기]6월의 '상트'는 새벽 1시부터 밤…백야에 적응하라
    • 입력2018-06-12 06:00
    • 수정2018-06-12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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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2006년부터 2009년까지 3년 반 동안 제니트의 연고지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생활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베이스캠프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동시에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도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에서 환경이 가장 좋은 도시다. 북유럽에 가깝기 때문에 공기가 좋고 날씨도 운동하기 딱 좋다. 모스크바나 다른 곳에 비해 덜 번잡하다. 그래서인지 사람들도 여유가 있고 친절하다. 음식도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첫 경기가 열리는 니즈니노브고로드와도 멀지 않아 체력 관리에도 용이하다.

개인적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좋은 추억이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2008년 유럽축구연맹(UEFA) UEFA컵에서 우승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결승전은 맨체스터에서 열렸는데 우승 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와 카퍼레이드를 했다. 엄청난 분위기였다. 시내를 돌아 경기장까지 가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줬다. 태어나서 그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UEFA컵 우승 자체도 좋았지만 팬들에게 이런 큰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이 더 인상 깊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사람들은 그만큼 축구를 사랑한다. 축구의 도시에서 대회를 시작한다니 좋은 기운을 받을 것 같다.

2010 FIFA 남아공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 예비명단자 훈련
김동진의 드리블을 차두리가 밀치고 있다. 최승섭기자.
변수가 있다면 백야 현상이다. 6월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새벽 1시는 넘어야 밤이 된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다. 1년 차에는 이호와 함께 생활했는데 잠을 자기 위해 온 집안을 어둡게 만들고 잠에 집중해야 했던 에피소드들이 생각난다. 보통 피곤하면 잠이 잘 오는데 백야 시즌에는 밖이 밝아서 쉽게 잠들 수가 없었다. 저녁 시간에 밖에 있어도 기분이 희한하다. 밤 10시가 넘어 집에 가야 하는데 대낮처럼 밝아 괜히 ‘안 가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러시아 선수들은 그게 일상이라 문제가 없지만 백야를 처음 경험하는 한국 선수들에게는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캠프에서 타이트한 일정으로 훈련을 하면 몸이 고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선수들이 캠프 밖으로 나갈 일도 없으니 걱정하지 않는다. 코칭스태프도 그런 점을 고려해 캠프를 선정하고 대비할 것 같다. 스태프들의 관리 아래 선수들이 푹 자고 컨디션을 끌어올리기를 바란다.

10년 전 일이지만 나와 이호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행복하게 생활했던 것처럼 우리 선수들도 러시아에서 좋은 시작을 했으면 좋겠다. 나도 월드컵에 나가봐서 알지만 지금은 예민한 시기다. 작은 일에도 오해가 생겨 분위기가 묘해지는 경우도 많다. 서로 조심해야 한다. 선배든 후배든 배려하는 마음으로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베이스캠프에서의 공기가 중요하다. 거기서 삐끗하면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잘하기 어렵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부터 서로를 독려하면서 활기차게 출발하기를 기대한다.
<홍콩 킷치SC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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