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일의 쁘리벳 러시아]'매의 눈' 깐깐한 입국 심사…공항 밖은 친절하다
    • 입력2018-06-11 09:50
    • 수정2018-06-1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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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브누코보 공항
진나 10일 오전 러시아월드컵을 앞둔 모스크바 브누코보공항 입국 심사대가 손님 맞이에 분주하다. 모스크바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모스크바=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월드컵 나라에 오긴 왔구나.”

10일 오전 모스크바 브누코보 공항에 도착한 뒤 실감이 났다. 입국 심사대로 향하는 길엔 월드컵 개최국임을 실감하게 하듯 마스코트 자비바카를 앞세운 여러 현수막이 보였다. 또 세계 각지에서 월드컵 보기 위해 몰린 관광객이 줄지어 있었다. 한 번에 알아보게 된 건 이번 월드컵에 처음으로 도입된 ‘Fan ID’ 덕분이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관중도 경기 티켓 뿐 아니라 신분을 증명하는 AD카드가 있어야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다. 이날 기자가 본 Fan ID 카드 소지자는 아프리카계가 다수였다. 몇몇 사람에게 국적을 물어보니 모로코, 세네갈, 튀니지라고 했다. 세 팀 모두 한 번씩은 나란히 모스크바에서 조별리그 경기를 치른다. 공항 내엔 ‘Fan ID’ 소지자 우대 출구도 마련돼 있었다. 다만 심사대에 앉아 있는 직원이나, 보안 요원, Fan ID 소지자 명부를 들고 마중 나온 월드컵 자원봉사자들은 한결같이 엄중한 표정으로 맞았다.

한 관계자가 “러시아 여권 소지자는 내 앞에 별도로 줄을 서라”며 패스트트랙처럼 속속히 통과시켰다. 반면 Fan ID 소지자라도 다른 나라 여권을 소지한 사람은 입국 심사 시간이 꽤 길었다. 개인당 5분은 걸렸다. 그리고 구체적인 이유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서너명의 아프리카인은 실제 입국 심사대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보안 요원을 따라 어디론가 사라지기도 했다. 일반 관중과 다르게 이번 대회 취재진은 이전처럼 입국 전 AD카드를 받는 게 아니라 현지에서 경기장으로 이동해 AD센터에서 받도록 돼 있다. 입국 심사대에서 러시아 취재비자와 국제축구연맹(FIFA)의 승인레터를 건넨다. 기자 역시 40대 초반정도 돼 보이는 여자 직원에게 당당하게 서류를 꺼내들었는데 분위기상 이상하게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매의 눈’으로 2~3차례 여권 사진과 실물을 대조하더니 여권에 붙은 취재비자를 다양한 각도로 들춰봤다. 오른손 검지로 글자 하나하나까지 만져보는 정밀함까지…. 한참 지나서야 입국 스탬프를 여권에 날인했다. 개최국이 공항서부터 엄격하게 입국 심사를 진행하고 철통 보안을 꾸리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수년간 해외에서 열린 큰 대회 취재를 다녔지만 이정도 수준은 경험하지 못한 것 같다. 이게 전 세계가 열광하는 월드컵의 무게가 아닐까.

브누코보 공항2
팬 ID 소지자 관련 안내판.
모스크바 택시 아저씨
러시아 예상 성적을 말하는 택시 기사 바르탕 씨.

마음 한켠엔 ‘러시아가 딱딱하고 폐쇄적인 나라라더니 소문처럼 정말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공항 밖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러시아 축구 성지인 루즈니키스타디움으로 가는 택시에서 만난 바르탕(51) 씨는 푸근한 인상서부터 내 무거운 마음을 녹였다. 그는 “일주일 전부터 세계 각지에서 여러 사람이 몰려오는 것보니 월드컵 분위기가 느껴진다”며 기자에게 국적을 물었다. ‘한국’이라고 하자 “빅토르 안!”이라고 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빅토르 안의 사진을 보여주자 “베리 굿!”이라고 너털웃음을 짓는다. 우리에겐 아픈 일이나, 빅토르 안이 얼마나 러시아 사람에게 큰 존재인지 느낄 수 있었다. 이후 “러시아가 16강에 무난하게 갈 것”, “한국도 16강에 가길 바란다” 등 덕담을 주고받았다. AD센터는 경기장에서 떨어져 있었는데 바르탕 씨는 자원봉사자에게 길을 물어가면서 기자를 친절하게 데려다줬다. AD센터를 비롯해 루즈니키스타디움 내에서는 붉은 옷을 입은 젊은 남녀 자원봉사자가 구역별로 자리했다. 4개월 전 평창올림픽에서 고군분투한 우리 자봉단이 문득 떠올랐다. 한 ‘자봉소녀’는 미디어센터로 가는 버스는 물론 카페 등 편의 시설 등을 따라다니며 설명해줬다. 처음엔 무뚝뚝해 보이나 방문객에게 유독 친절한 나라가 러시아라고 들은 적이 있다. 공항 밖에서 만난 러시아인은 정말 잘 웃고 친절했다. 가뜩이나 한국에서 월드컵 열기가 예전만 못하고 대표팀 주위로 부정적인 얘기가 나온지라 러시아행 비행기에 오를 때 마음이 무거웠다. 현지에서 이들을 만나면서 나부터 즐기는 마음으로 이번 대회를 맞이하면 주위로 더 좋은 소식이 가득하리라고 여겼다. 여러 사람과 가까워지면서 ‘쁘리벳(안녕)!’ 인사를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날을 그린다.

루즈니키 리허설 중
1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 모스크바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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