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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박영숙.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혼돈의 2020년이 지나고 2021년이 활짝 열렸다. 지난해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우왕좌왕했다면 새해에는 어디로 발걸음을 옮겨야할지 안갯속이다. 어떤 삶을 선택해야 할까? 미래학자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가 혼란의 2021년에 나침반이 될 의견을 내놨다. 박 대표는 29년 동안 주한 영국대사관과 주한 호주대사관에서 일하면서 국제 감각을 배웠고, 현재 세계미래회의 등 약 18개 미래 관련 국제기구에서 한국 대표 로 활동하며 시시각각 미래에 관해 연구한다. 지난해 연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예측하는 내용을 담은 ‘세계미래보고서 2021’을 통해 디지털 화폐 전쟁, 인공지능 시장의 변화, 대학 학위 무용지물 시대, 3D 프린팅 시대 등 미래 트렌드를 제시해 주목받았다. 코로나19는 기후와 환경오염, 육식 등으로 발생했다는 연구에 주목해 앞으로 개개인이 삶의 태도를 수정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강조하는 박 대표는 “한국인은 과거 역사보다 미래를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2021년은 어떨까?

코로나는 영원하다. 50년 내지 60년까지 존재한다. 슬픈 일이다. 세계인이 백신을 다 맞는 시기가 2024~2025년 정도로 예측된다. 게다가 변형한다. 스페인에서 세번 변형했고 앞으로도 계속 변형할 것이기 때문에 백신이 나와도 100% 효과가 없다. 그러나 지금 움츠려서 될 상황이 아니다. 50년동안 죽은 척 드러누워 있을 수는 없다. 미국이나 유럽은 ‘투게더 위드 코로나’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스크는 계속 써야하고 인간도 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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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박영숙.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그렇다면 올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유엔미래포럼과 미국 적십자사 등이 조사한 결과 코로나의 원인으로 기후변화, 환경오염, 도심인구집중, 과다한 육류소비 등이 꼽혔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코로나는 계속 우리곁에 있게 된다. 기후변화를 고치기 위해 2025년까지 유럽 20개국이 석유 자동차, 석탄 발전소를 없애기로 했고 중국은 2040년까지, 일본은 2035년까지 석유와 석탄 소비를 금지하기로 했다. 전기차로 갈 수밖에 없다. 코로나 때문에 과다한 플라스틱 사용이 심각해 바다가 물반, 플라스틱반으로 되는 게 2035년이다. 그에 대한 대안도 만들어야 한다. 과다한 육류소비를 줄여야 한다. 이미 버거킹에서 ‘임파서블 버거’라고 정밀 발효육 비건 버거를 내놨다. 맥도날드는 미국 대체육류회사 비욘드미트와 손잡고 세포 배양육 버거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런 미래를 알게 되면 미리 준비할 수 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산업은 무엇이 있을까?

코로나 예방을 위해서는 도심탈출이 중요하다. 미국에서 500개 기업 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0%가 영구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응답했다. 기술 기업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미국은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재택근무 솔루션이 크게 발달했다. 혼자 있으면 고립된 느낌이 들기 떄문에 사무실 소음을 녹음해 들려주는 기술도 나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K방역이 잘돼 오히려 재택근무 솔루션 발달이 더뎠다. 지금부터 5년간 가장 큰 산업은 재택근무 솔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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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박영숙.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환경오염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는?

3D 프린트가 큰 역할을 하게 된다. 3D 프린트 기술이 발달하면 식품의 낭비를 막게 된다. 사실 우리는 너무 많은 식재료를 생산해서 버린다. 수요를 예측하지 못해 산지에서 갈아엎고, 냉장고에서 썩혀 버린다. 그러나 3D 프린트가 일반화되면 버리는 식재료가 없어지게 된다. 사과를 카트리지에 넣어 보관했다가 3D 프린트에 넣으면 적당량의 사과파이가 나온다. 몇개월 전에는 휴렛 패커드가 알약 3D 프린트기를 내놨다. 원격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이메일로 받아 동네 약국에 가면 처방전에 맞는 알약을 프린트해준다. 제약회사는 약을 제조해 유효기간이 지나 절반을 버린다고 한다. 또 일주일치 약을 처방받아도 하루치만 먹고 나으면 나머지는 버린다. 이렇게 버려지는 알약도 환경에 매우 나쁘다. 3D 프린트로 알약을 프린트하면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평소 강조하는 강남 패망론도 인상적이다.

도심 탈출이 시작되면서 미국은 맨해튼이 텅 비었다.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게 돼 한달에 1200만원 렌트비를 내는 맨해튼에 살 필요가 없어졌다. 가까운 교외로 이사를 가거나 아예 멀리 가는 사람도 생겨났다. 물가가 싼 도시에 가서 렌트비에서 아낀 돈으로 물건을 사고 음식을 사먹는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강남 역시 공동화된다. 강남은 자동차 분진으로 공기가 나쁘고 교통이 혼잡하다.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 굳이 비싸고 공기 나쁜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공실률이 급증한다. 지금까지는 조금만 참아보자 하고 버텼는데 코로나가 오래 간다는 걸 알게 되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한국은 출산율이 전세계 최저를 기록한다. 출산률이 저조한 이유가 집값이 비싸고 교육비가 비싸서 그렇다. 강남이 없어져야 집값 교육비가 잡힌다. 강남에 집을 가지고 있으면서 집값을 올리는 사람은 대한민국을 소멸하게 만드는 죄인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교육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지난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이 채용에 대학졸업장을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자사가 개발한 공부와 테스트를 통과한 인재를 뽑겠다고 밝히자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응답한 학생들이 많아졌다. 지난해 8월 28일에는 뇌에 칩을 넣는 ‘뉴럴 링크’가 발표됐다. 1924년에 개발된 이 기술은 뇌에 칩을 넣고 슈퍼 컴퓨터에 연결하면 컴퓨터 정보가 뇌로 들어간다. 공부가 필요없이 지식이 뇌로 자동 이식된다. 이제 교육의 천지개벽이 온다.

-또 주목해야할 트렌드가 있다면?

앞으로는 노마드 시대가 본격화된다. 2030년에 기본소득이 도입될 예정이었는데 지난해 코로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 이 개념이 10년 빨리 등장했다. 앞으로는 기본소득으로 의식주가 해결된다. 2030년이 되면 의식주 생활비가 현재의 10분의 1로 줄 것으로 미래학자들이 예측했다. 기술력의 발달로 가격이 내려가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교육 시스템은 초·중·고·대학을 나오고 취직해 일하다가 은퇴하면 그 돈을 가지고 크루즈를 타는 삶을 지향하는데 이제는 학교에 가지 않아도 기본소득으로 생활하면서 하고싶은 것을 100가지쯤 해보고 죽는 삶이 된다. 캠핑카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각종 아이디어를 시도해보는 노마드 시대가 된다.

-미래학자로서 사명감은 무엇일까?

AI넷 신문에 하루 20개씩 새로운 기술이나 미래의 모습을 예측한 기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한 사람이 예측한 것은 거짓일 수 있기에 집단지성의 의견만 올린다. 최근 출간한 ‘세계미래보고서 2021’은 전세계 학자 4000명이 예측한 내용이다. 유튜브 ‘박영숙 미래TV’에도 이같은 내용을 정리해서 올린다. 한국 사람들은 미래를 너무 공부 안한다. 제가 영국 정부, 호주 정부에서 근무했었고 영국 정부에서는 미래청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외국은 국민들에게 미래를 알려주려고 노력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게 없다. 저는 바꿀 수 없는 역사공부보다 바꿀 수 있는 미래 공부가 우선이라고 믿는다. 1452년에 세종대왕이 뭘 했는가도 중요하지만 내년에 없어지는 게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eggroll@sportsseoul.com

<박영숙 프로필>

1955년 경상북도 구미 생

1972~1976년 경북대학교 불어 학사

1980~1981년 오하이오대학교 영화제작

1984~1986년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석사

2003~2007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과정 수료

1982~2000년 주한 영국 대사관 공보관

1995~현재 한국수양부모협회 회장

2000~2009년 주한 호주 대사관 문화공보실 실장

2006년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실내건축학과 미래예측강사

2014년 대구사이버대학교 교양학부 미래예측담임교수

현 유엔미래포럼 대표.

지은 책으로 ‘승리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지는 법부터 가르쳐라’, ‘미래예측리포트’, ‘미래는 어떻게 변해가는가’, ‘인공지능혁명2030’, ‘블록체인혁명2030’, ‘세계미래보고서2021, 포스트코로나 특별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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