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 이정후를 보는 김하성의 부러운 시선[포토]
김하성이 2018년 7월 24일 고척돔에서 이야기 꽃을 피우는 이정후와 강백호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꾸준히 기량을 향상시키며 최단기간 코스를 밟았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후배들이 그의 뒤를 따를 전망이다. 메이저리그(ML)가 김하성(26·샌디에이고)에 이어 이정후(23·키움), 강백호(22·KT)를 응시하고 있다.

오랫동안 가슴 속에 품은 거대한 꿈을 이뤘다. 김하성은 지난 1일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 달러 보장 계약을 맺었다. 연평균 700만 달러(약 76억원) 계약을 체결하며 처음 KBO리그 1군 무대에 오르면서 가슴에 품은 목표를 달성했다. 프로 입단 2년차에 주전 유격수로 발돋음한 그는 공수주에서 두루 발전해왔다.

프로 입단 당시에는 운동능력만 뛰어난 마른 내야수였지만 항상 최고가 되는 순간을 머릿속에 그렸다.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힘과 순발력을 향상시키고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다음해 타격 메커닉에 변화를 꾀하는 과감함도 보였다. 당초 타석에서 머리 위로 배트를 들고 있었던 김하성은 2019년부터 손을 내리고 보다 간결하면서 정확한 스윙 궤적을 만들었다. 더불어 장타력도 업그레이드했다. 코칭스태프 권유에 따라 3루수로도 출장해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김하성을 향해 샌디에이고 뿐이 아닌 보스턴, 토론토 등도 치열한 영입 경쟁을 벌였고 김하성은 고민 끝에 샌디에이고를 선택했다. 당장 우승을 노릴 수 있고 내부경쟁을 통해 기량을 한 층 더 향상시킬 수 있는 길을 걷기로 다짐했다.

[포토]키움 이정후, 적시타도 멋지게!
키움 이정후가 지난해 11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4회초 1사 2루에서 1타점 동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이정후가 지근거리에서 바라봤다. 입단 1년차부터 1군 무대에 선 이정후는 스프링캠프와 원정경기시 김하성과 룸메이트를 이뤘다. 둘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늘 함께 다니며 키움 중심으로 우뚝 섰다. 이정후가 리드오프로 나설 때에는 김하성이 타점을 올렸고 김하성이 2번 타자로 배치될 때는 이정후가 김하성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대표팀에서도 둘은 상위타순에 자리하며 빠르게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젊은 별이 됐다.

강백호도 마찬가지다. 입단과 동시에 KT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입단 첫 해부터 강백호의 유니폼은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했고 강백호는 그라운드 위에서 팬들의 기대에 응답했다. 2018년 개막전에서 KIA 에이스 헥터 노에시를 상대로 홈런을 터뜨리는 등 미래 홈런왕 등극을 예고하고 있다.

ML가 이들의 활약을 주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4, 5년 전부터 김하성에게 유독 큰 관심을 기울였던 것처럼 이미 상당수 ML 구단들은 이정후와 강백호 스카우팅 리포트를 작성 중이다. 지난해 KBO리그가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면서 현지언론의 관심도 커졌다. KBO리그를 중계한 미국 최대 스포츠 매체 ESPN은 “만일 강백호가 당장 ML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면 1라운드 상위순번에 지명 될 수 있다”며 “미래 ML 스타를 보고 싶다면 KT 경기를 시청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포토] kt 강백호, 연타석 안타...몸 풀렸나?
KT 강백호가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7회 안타로 출루하고 있다. 고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김하성과 마찬가지로 이정후와 강백호의 가장 큰 장점은 나이다. 둘다 1년차부터 1군에서 활약하며 부지런히 해외진출 자격을 쌓아가고 있다. 이정후는 2018년 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혜택도 받았다. 강백호 역시 앞으로 꾸준히 국제대회에 참가할 게 분명하다. 이대로라면 둘다 만 25세에 태평양을 건널 수 있다. 이정후는 2023년 겨울, 강백호는 2024년 겨울, 류현진과 김하성이 그랬던 것처럼 대형계약이 가능한 나이에 미국행 비행기를 탈 것으로 보인다.

ML는 노사협정 규약상 만 25세 이하 해외 선수는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을 수 없다. 아무리 출중한 기량을 갖춰도 만 25세 이하면 최소 연봉부터 시작한다. 해외에서 온 만 25세 이하 선수가 FA가 되려면 빅리그에서 풀타임 5년을 소화해야 한다. ML 진출 당시 만 23세였던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의 첫 해 연봉은 빅리그 최소 규모인 54만 5000달러였다. 류현진의 연평균 600만 달러, 김하성의 연평균 700만 달러보다 지극히 적은 금액이다.

빅리그 구단들은 당연히 젊은 선수를 선호한다. 류현진과 김하성에게 적극적으로 달려든 모습에서 드러나듯 성장세를 이어가는 젊은 선수가 정점을 찍는 시기를 확보하기를 바란다. 매년 타석에서 완성도를 더해가는 이정후와 강백호를 향한 ML의 관심은 앞으로 더 커질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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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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