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승빈

[스포츠서울 안은재기자]배우 전승빈이 강렬한 인상과는 180도 다른, 호탕하고 유쾌한 매력을 뽐냈다.

MBC 수목극 ‘나를 사랑한 스파이(이하 ‘나사스’)’가 지난 17일 막을 내렸다. 비밀과 로맨스가 뒤엉킨 스파이들의 사랑을 담은 ‘나사스’에서 배우 전승빈은 헬메스 아시아지부의 산업스파이 피터로 열연했다. 하지만 은밀한 스파이보다는 죽은 첫사랑을 향한 헌신으로 ‘순정남 피터’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사랑꾼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전승빈은 “나와 피터는 비슷한 점이 많다”면서 “나도 누군가를 사랑하면 순종적이고 맹목적이다”라고 말했다.

전승빈은 2007년 KBS2 일일시트콤 ‘못말리는 결혼’으로 데뷔해 SBS ‘애자 언니 민자’(2008), KBS2 ‘천추태후’(2009) 등의 작품을 거쳐 JTBC ‘보좌관’(2019), MBC ‘나쁜 사랑’(2019) 그리고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 출연하며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17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전승빈은 도시적이고 세련된 외모와는 사뭇 다른, 유쾌하고 호탕한 달변가적인 면모를 선보였다.

-죽은 첫사랑을 향한 절절한 헌신의 ‘피터’로 열연했는데, 본인은 연애나 사랑에 있어 어떤 스타일인가?

피터라는 인물과 비슷한 부분도 많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순종적이고 맹목적이다. 피터와 다른 점은, 상대방이 싫다고 하면 맹목적으로 다가가지 않는다. 상대방이 불편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어 쉽게 다가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주변에서도 저에게 ‘병적으로 배려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행동이나 말, 이런 것들에 대해 상대방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 답답해보일 수도 있다. 가끔은 내가 배려하지 않아도 될 부분에 대해서도 배려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배우 전승빈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떤 성격인가?

평소에도 호기심이 많다. 엉뚱한 호기심 하하. 몇몇 작품에서 진지하고 과묵한 연기를 했는데 실제로는 장난기가 많다. 딱딱한 분위기를 못 견뎌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많이 노력한다. 오지랖이 넓어서 장난을 많이 치고 웃겨야 한다는 욕심이 있다.

코미디도 하고 싶고 망가질 수 있는 캐릭터도 하고 싶다. 외모적인 굴욕 같은 것은 신경 안 쓴다. 제가 좀 강하게 생겨서 처음 보시는 분들의 호불호가 갈리는데, 저는 망가지고 재미있는 역할에 준비가 돼 있다.

-2007년부터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는데, 이번 ‘나사스’로 라이징스타 반열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조명을 받거나 관심을 받는 게 언제가 되도 상관 없다. 배우라는 직업에 충실하고 있다는 거니까 거기에 감사하다. 제가 아직 철이 안 들어서(웃음)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좀 더 시간이 가면 겁이 많아질 것 같지만 지금은 많은 착오와 실수를 범하면서 호기심을 풀어가고 있다.

-‘나사스’에서 문정혁, 임주환, 지현준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선배님들 모두 후배에 대한 배려가 좋았어서 운이 좋았다. 선배들이 잘 이끌어주시니 저도 쉽게 접근했다. 임주환 선배님은 극중 캐릭터나 상황, 장면에 대해 많이 조언해주셨고 문정혁 선배님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주셨다. 문정혁 선배님이 액션을 정말 잘 하시더라. 액션은 상대가 잘 해주는 게 중요한데, 문정혁 선배가 너무 잘 해주셔서 어려움 없이 임했다.

지현준 형님은 저와 많이 부딪히는 장면이 많아 서로 배려하려고 노력했다. 좋은 선배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후배 입장에서 감사하고 편했다.

배우 전승빈

-‘나사스’에서 수트핏이 훌륭했는데, 평소에도 정장을 즐겨입나?

신기하게도 평소에 수트를 안 입는다. 집에 수트가 한 벌밖에 없다. 내가 수트핏이 좋은가 생각을 해 봤는데 주변에서 좋다고 해주셔서… 평소에는 스트릿 패션을 좋아하고 청바지 같이 편한 복장을 좋아한다.

올 2020년은 어떤 해였는가?

조심스러운 한해였다. 촬영을 감사하게 임하면서도 코로나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원래도 집돌이였는데 더 심해졌다. 20살 초반에는 친구들과 밖에서 많이 놀았는데 이제는 집이 더 편하다. 드라마와 영화보고, 게임하고, 레고 만들고 끊임없이 할 거리를 찾는다. 지인과 함께 유기견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는데 내년에는 유기견을 입양하고 싶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우연치않게 본 연극이, 거기서 받은 영감과 충격으로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내가 처음 느낀 충격과 감정, 영감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롤모델도… 딱히 없는데, 매 순간이 배움이여서 작품마다 만났던 선배님들이 제 롤모델이어서 그런 것 같다.

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전승빈이라는 배우가 발전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셨으면 좋겠다.

eunjae@sportsseoul.com

사진|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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