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스포츠서울 안은재기자]코로나시대 새로운 소통의 형식이었던 관찰 예능, 하지만 점점 깊게 들어오는 관찰 카메라에 출연진들도 시청자들도 피로감을 호소했다.

29일 방송된 채널A ‘개뼈다귀’에서 배우 이성재가 관찰 예능의 부작용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이성재는 2013년 3월부터 7개월 동안 유명인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 MBC ‘나 혼자 산다’ 출연했었다. 그는 제작진이 집에 들어오지 않은 채 카메라를 설치하고 앵글을 잡으면서 혼자 찍었다고 했다.

이성재는 2013년 12월 ‘나 혼자 산다’ 하차 뒤 몸이 아픈 부친의 병실을 지켰다. 그는 아버지의 병수발을 들면서 감정이 ‘울컥’해지는 찰나, 자신의 머릿속에 ‘카메라 거치를 해 놨으면’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래서 내가 프로그램에 너무 깊이 빠지지 말라는 거다”라고 덧붙였고 이를 들은 박명수는 “이런 게 재밌는 거야”라고 했고 김구라는 “직업병”이라고 공감했다.

대표적으로 MBC ‘나 혼자 산다’를 시작으로 스타들의 육아를 보여주는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부부 생활, 심지어 이혼 부부를 재조명한 TV조선 ‘아내의 맛’과 ‘우리 이혼했어요’까지 관찰 카메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다. 코로나19로 다른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관찰 예능은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됐다. 타인의 삶에 깊숙히 들어가 그의 생활을 보면서 공감하고 또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것이 관찰 예능 묘미다.

하지만 어디까지 관찰이 가능한지에 대한 적정 선이 모호해지면서 몇몇 방송인들이 부작용을 호소했다. 또 관찰 카메라가 점점 스타들의 깊은 곳까지 들어오면서 수위는 덩달아 높아졌고 선을 넘는 경우도 잦아졌다. 스타의 불법 행위나 실제 부부관계의 문제 등이 가감없이 전파를 타 많은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자극적인 프로그램의 경우 제작진이 요청하지 않아도 출연자들이 압박을 느껴 강하게 연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 방송 PD는 “본래 관찰 카메라는 출연자들과 익숙해져가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 특성상 짧은 시간에 스타들의 속 이야기를 많이 뽑아내기 위해 다양한 카메라를 돌리고 설정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관찰 예능 참가자 A씨도 “제작진이 최대한 배려해주지만 (카메라가) 신경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고 귀띔했다.

eunjae@sportsseoul.com

사진|MBC ‘나 혼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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