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메이저리그(ML)야 말로 징크스와 루틴의 집합소다. 징크스 신봉자로 가득하다.

안타머신 이치로 스즈키는 ML에서 뛴 19년간 몸무게의 변화는 단 1kg. 같은 식단과 훈련의 결과물이다. 18년간 ML에서 활약한 웨이드 보그스의 아내는 닭고기 요리의 달인이 되어 요리책을 발간했다. 보그스가 경기전 닭고기만 먹었기 때문이다. 보그스는 늘 오후 4시 47분에 그라운드에 입장했고 펑고는 150개만 받았다. 안타치면 씹던 껌을 계속 씹었고 안타를 못치면 새 껌을 씹었다. 타석에서 히브리어로 인생이라고 쓴 것도 징크스였다.

지난 2005년 은퇴한 래리 워커는 '3'의 징크스로 유명하다. 항상 등번호 33번이었고 시계 알람도 매 시각 3분에 맞췄다. 결혼은 1993년 11월 3일 오후 3시 33분에 했다. 기부금을 고향인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 주에 전달 할 때도 그 액수가 333만 3333달러였다. ML의 상징인 베이브 루스가 타격 슬럼프에 빠지면 여성용 실크 스타킹을 신은 건 애교수준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수나 감독은 징크스를 만들지 않으려 노력한다. 징크스를 염두에 두느라 정작 승부에서 집중하지 못하기에 그렇다. 종교적인 이유로 멀리하는 선수들이 꽤 많다. 이대호(롯데)와 시애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로빈슨 카노(뉴욕 메츠)는 "징크스는 미신이다. 나는 미신을 믿지 않는다"라고 했다.


징크스는 심리학적으로 보면, 기댈 곳을 의미한다.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자랑하는 프로선수들도 의지할 곳은 필요하다. 그래서 그들은 면도를 하지 않고 샤워도 안하며, 승리할 때 입은 옷을 계속 입는다. 그래서 어떤 프로 선수는 "징크스는 내게 부적과도 같다"라고 했다. 기독교의 십자가, 불교의 염주가 사람들 마음에 안정을 주는 것처럼 징크스도 선수들에겐 행운의 징표일 수 있다.

kenny@sportsseoul.com

영상편집 | 조윤형기자 yoonz@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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