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취임 후 노조와 첫 만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달 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를 마친 뒤 그룹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현대차 공영운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이상수 지부장, 정 회장,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기아차 송호성 사장.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기아차 노조가 결국 부분 파업에 돌입하면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소통경영’이 시험대에 올랐다.

기아차 노조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 동안 4시간씩 단축근무하는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기아차 노조는 당초 24일로 예정됐던 부분파업을 하루 유보하고 사측과 교섭을 진행했지다. 그러나 기아차 노조는 임금과 성과급, 단체협약에 대한 사측의 추가 제기안이 없었다며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쟁의대책위원회의 결정대로 부분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기아차 노조는 기존 공장 내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공장 설치 등의 고용안정 방안, 정년 연장, 잔업 30분 임금 보전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아차 노조의 9년 연속 파업은 불가피해졌다.

기아차 뿐만 아니라 현대차를 제외한 대다분의 현대차 계열사는 여전히 임단협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22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92%의 찬성으로 파업권을 확보했고 현대위아도 지난달 3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0%의 찬성률을 기록해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현대제철도 임단협에 난항을 겪으면서 그룹 계열사의 연쇄 파업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 회장은 그룹 총수로 취임한 지 보름 만인 지난달 30일 현대차 노조와 얼굴을 마주대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평소 강조해온 ‘소통 경영’을 실천으로 옮기며 현대차그룹 총수로서는 19년 만에 노조와 대면한 것이었다. 정 회장은 노조와 오찬을 함께 하며 노사 관계 안정과 노사간 단체협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기차로 인한 신산업 시대에 산업의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 변화에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합심해 새롭게 해보자”고 당부했다.

그러나 노조는 여전히 회사의 일방통행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는 지난 23일 공동 성명을 내고 이른바 ‘양재동 가이드라인’이라고 불리는 계열사 노사 관계의 수직화와 통제를 꼬집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총수의 교체가 회장의 이름만 바뀌는 게 아니라 그룹의 고질적인 관행과 노사관계의 경직이 바뀌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노사가 대등한 위치에서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그 바탕 위에 계열사의 자율 교섭, 노동 존중, 경영 투명성이 현대차그룹에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이 취임 이후 맞게 된 첫 번째 고비다. 정 회장은 평소 수평적 소통과 자율성에 기반한 기업 체질 개선을 강조해왔다. 그런 그가 계열사 노조와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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