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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성남FC 감독이 지난 10월31일 부산 아이파크와 시즌 최종전에서 극적으로 1부 잔류를 확정한 뒤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성남=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1부) 잔류 못 했으면요? 당연히 책임지고 물러났죠. 프로 세계는 냉정하잖아요. 지금도 오늘이 늘 마지막이라는 각오죠.”

지옥과 천당을 오간 ‘그 순간 그 느낌’이 생생하다. 프로 사령탑 데뷔 시즌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를 보낸 김남일(43) 성남FC 감독은 일찌감치 차기 시즌을 그리며 초보 딱지 떼기에 나섰다. 시즌 마무리 훈련이 한창이던 지난 23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난 그는 “올해 정리하는 차원에서 훈련하고 있다. 스스로 시즌을 복기하며 놓친 점도 돌아본다. 올해 좀 늦게 성남에 합류해 시행착오가 컸는데, 내년엔 오차를 최대한 줄이려고 공부 중”이라고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만약 1부 잔류에 실패했다면?’ 김 감독 스타일을 아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예상하듯 군더더기 없는 대답이 나왔다. “당연히 (지휘봉을) 놓았다.” 프로 지도자의 가치는 성적으로 대변한다. 다만 여러 종목에 젊은 지도자가 트렌드처럼 자리매김한 가운데 단기 성적으로 미래가 좌·우되는 것에 우려 목소리가 크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유망한 지도자에게 이르게 실패 프레임을 씌우고, 이에 따른 인재풀이 적어진다는 얘기다. 김 감독은 “어쩔 수 없다. 프로는 늘 냉정하다. (성적에 따라) 언제까지 이 팀에 있을지 모른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산다”고 잘라 말했다.

현역 시절 카리스마의 대명사로 불린 김 감독도 정글 같은 지도자 세계에 마음고생이 컸나 보다. 지난 10월31일 부산과 시즌 최종전 전반을 0-1로 뒤졌을 때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단다. 라커룸에서 스스로 먼저 내려놓고 선수에게 부담을 떨치고 자신의 것을 표현하라고 주문했다. 기적처럼 올 시즌 득점과 거리가 멀었던 홍시후, 마상훈이 후반 연달아 상대 골망을 흔들면서 2-1 역전승, 1부 잔류로 이어졌다. 상남자 김 감독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선수 시절을 통틀어 눈물과 거리가 멀지 않느냐’는 말에 그는 슬쩍 웃더니 “그렇진 않다. 과거 수원 시절에도 우승했을 때 살짝 울었던 것 같은데”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당시 안 울 수가 없더라. 어려운 상황을 거쳤고, 경기장에 우리를 응원해주는 분 모두 간절했기에 (역전승으로 끝나고) 감격이 컸다”고 했다. 아내 김보민 KBS아나운서도 최종전 때 관중석에서 관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사실 오지 말라고 했다. (성적 안 좋을 때)나보다 가족이 더 우울해하고 힘들어했다. 아내나 아이들 모두 내 눈치를 봐서 미안했는데…”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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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쓴 보약을 마신 만큼 김남일호의 2년 차도 자못 궁금해진다. 주력 공격수 나상호가 임대 기간 만료로 팀을 떠나고, 핵심 수비수 연제운도 입대를 고려 중이다. 내년 더 험난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주요 포지션 보강을 두고 구단과 얘기 중”이라며 “전술적으로 승부처에서 공격적으로 갈지, 수비적으로 갈지 등 판단 실수가 올해 많았다. 반면 투박했던 움직임에 유연성을 가미한 건 긍정적이다. 잘한 부분, 안된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나만의 축구를 완성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화두는 선수단과 소통법. 김 감독은 “사실 말을 많이 하는 것을 안 좋아한다. 그간 모신 감독 선배도 대체로 과묵한 편이었더라”고 웃으며 “애초 선수들과 소통 잘하면서 ‘밀당’도 하려고 했다. 그런데 흉내만 냈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들과 축구 외적으로도 대화 시간을 늘리고, 경기 몰입도를 극대화할 동기부여를 심는 것도 연구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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