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NC 양의지-원종현, 5차전 승리의 하이파이브!
NC 다이노스 양의지와 원종현이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5-0으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있다. 고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예상보다 훨씬 강력하다. 뚜껑을 열기 전부터 ‘양의지 시리즈’로 예상된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가 예상대로 흐르고 있다. 곰 탈에서 공룡 탈로 바꿔 썼지만, 그 안에 담긴 여우본능은 오히려 업그레이드 됐다. 여우가 곰을 농락하고 있다.

양의지의 진가는 지난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S 5차전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쐐기포를 터트리는 과정에 양의지가 보인 타석 마다의 노림수는 투구습관이 아닌 볼배합을 읽고 공략한다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 두산을 잘 아는, 한때 상대팀 전력의 절반으로 불린 이유도 결정적인 순간 확실한 한 방으로 흐름을 끌어오는 능력에서 충분히 드러났다.

[포토] NC 양의지, 얼마나 짜릿했으면!
NC 다이노스 양의지가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0으로 앞선 6회 투런 홈런을 쳐낸 뒤 그라운드를 돌며 하이파이브를 하고있다. 고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우선 타격만 보자. 양의지는 두산 선발 크리스 플렉센을 맞아 첫 두 타석을 모두 초구에 배트를 휘둘렀다. 플렉센이 투구동작을 시작하자 함께 시동을 거는, ‘무조건 빠른 공’ 스윙이었다. 첫 타석에서는 구위를 이기지 못해 좌익수 플라이로 돌아섰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는 플렉센이 바깥쪽 컷패트스볼을 던진 덕에 깨끗한 좌전안타를 뽑아냈다. 두산 포수 박세혁 입장에서는 플렉센의 하이 패스트볼로 시선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두 차례 스윙이었다.

결과적으로 양의지와 박세혁의 싸움은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4구째로 갈렸다. 중간 타이밍으로 바뀐 것을 간파한 박세혁은 허를 찌르기 위해 패스트볼을 선택했는데, 이를 양의지가 커트해냈다. 타이밍이 완전히 늦었기 때문에 타이밍을 빠르게 바꿀 것으로 ‘계산’할 수 있는 상황. 양의지가 놓은 덫에 박세혁이 걸려든 순간이기도 했다. 결과는 커브를 중견수 뒤 펜스 너머로 보낸 쐐기 2점 홈런으로, 팽팽하던 KS 5차전 승패를 가른 결정적 장면이 됐다.

[포토] 두산 오재일,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두산 베어스 오재일이 18일 서울 고척스카이에서 진행된 한국시리즈 2차전 NC와의 경기에서 0-0으로 맞선 2회 무사 1,2루 찬스를 맞아 삼진으로 물러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타격에서 드러난 양의지의 ‘여우 본능’은 수비에서 더 묵직했다. 1회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초구로 설정하며 하루 휴식을 취한 두산 타선의 컨디션을 신중히 체크했다. 구창모가 던진 141~143㎞짜리 포심 패스트볼에 타이밍이 늦다는 확신을 가진 양의지는 스윙 템포를 더 늦추기 위해 포크볼을 전진배치해 상대 타자들의 조급증을 극대화시켰다. 특히 2회 첫 타석에서 몸쪽 패스트볼을 통타한 최주환을 상대로는 ‘좋아하는 코스에 마음껏 스윙하라’고 얘기하는 듯한 볼배합을 했다.

구창모의 포크볼은 왼손 투수의 슬라이더 궤적과 비슷하지만 떨어지는 폭이 훨씬 크다. 좌타자 몸쪽에 타깃을 설정해 던지면, 가운데 낮게 떨어지는 궤적을 갖는다. 몸쪽에 자신있는 최주환은 벨트 높이로 날아드는 구창모의 포크볼에 자신있게 배트를 돌렸는데, 공은 히팅포인트에서 가라앉아 버렸다. 상대가 좋아하는 코스로 요구하지만, 타이밍이나 궤도 등을 고려해 구종을 바꾸는 결단은 양의지가 가진 최대 무기다. 도무지 위압감을 느낄 수 없는 김재환에게 빠른 공으로 스윙을 요구(?)하는 과감함도 양의지가 두산 타자들의 성향을 잘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두산 타자들은 “정규시즌 때에도 ‘양의지한테 당했다’고 생각하는 경기들이 꽤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창단 첫 KS 우승까지 단 1승을 남겨둔 NC의 믿는 구석도 양의지의 존재감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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