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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서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 어머니 때문에 대회를 준비했다고 들었다.

평소 운동을 즐겨하시던 어머니께서 버킷리스트를 달성하기 위해 피트니스 대회에 참가해보겠다고 해 여동생도, 나도 어머니 뜻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원래 운동을 좋아해서 대학교 때부터 꾸준히 운동하기는 했다. 바쁜 로스쿨 생활 중에도 시간을 쪼개어 적어도 일주일에 2번은 운동을 했고, 이때 요가지도자 자격증도 딸 정도로 운동에 관심이 많기는 했으며, 이후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일주일에 2, 3회씩 꾸준히 요가나 헬스를 해왔다.

- 어떻게 대회를 준비했나?

지독하게 운동과 식단을 지켰다. 처음 한 달은 일주일에 4일정도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매 끼니 고구마 100그램, 닭가슴살 100그램을 먹었다. 그러다 중간 중간 일이 많다거나, 약속, 모임, 회식 등 사정이 생기면 운동을 하루정도 미루거나 식단을 유연하게 대처했다.

그러다 운동 빈도나 강도가 올라가 더 날씬하고 탄탄해져 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대회에서의 입상이 실현가능성 있는 현실적인 목표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회 두 달 전부터는 ‘그냥 입상이 아니라 1등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식단을 철저히 지켰고, 매일 퇴근 직후 10분 만에 간단히 식사를 때우고 바로 헬스장에 가서 하루도 빠짐없이 최소 웨이트 1시간 반, 유산소 1시간씩 했다.

아침에 출근하기 전 정장을 입은 채 10분이라도 아령을 들고 운동하다가 회사에 간 적도 많고, 자기 전 복근 운동은 필수였다. 내가 하루에 운동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체력은 매우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꽉꽉 채워서 한 눈 팔지 않고 소중하게 사용했다. 대회 준비를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헬스장에서 내가 법조인이 아닌 피트니스 선수로 불리고 있었고, 나도 내 자신을 법조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선수로서의 정체성 두 가지 모습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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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서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힘들었던 점은?

일과 운동 및 식단을 병행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법조인이라는 직업이 원체 업무량이 많고, 일이 끊임없이 밀려오다보니 일이 완전히 다 끝난다는 개념이 없다. 회사 책상에 앉아있던 집에 오던 계속해서 맡은 사건에 대해 고민을 이어가야한다. 보통 평일에도 종종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하루정도는 출근을 했었는데, 매일 운동을 하게 되면서 야근할 시간이 부족하게 되었다.

그래서 운동이 끝나고 밤 9시나 10시에 다시 출근하기도 하였고, 평일 야근으로 못 다한 일 때문에 주말출근도 빠지지 않고 해야 했다. 게다가 살이 잘 안찌는 체질이라고 믿어 와서 스트레스를 마음껏 먹는 걸로 푸는 편이었는데, 마음껏 먹지도 못하면서 일하랴 운동하랴 너무 힘들었다. 대회 직전 마지막 한 달은 일하면서, 운동 및 워킹·포징 연습하느라 시간도 너무 없었고, 그 와중에 식단도 지키려면 더 이상 몸에 남아 있는 힘이 없었다.

누구보다 해맑고 편한 사람들 앞에서 재잘재잘 떠드는 걸 좋아하던 나였는데, 이때부터는 에너지가 소진되어 말할 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친구와의 약속도 미루고 모임도 불참하면서 오로지 일과 운동에만 전념하였다. 결과적으로 대회 준비하면서 3달 동안 근손실 없이 9㎏ 감량했다. 돌이켜보면 시작할 때는 아무런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간절하고 처절하게 대회준비에 몰두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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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서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미래의 꿈과 계획은?

일단 법조인으로서 본업에 충실할 것이다. 맡은 일 열심히 하면서, 조만간 모교에서 법과대학 박사과정에 진학하여 공부도 해볼 생각이다. 내가 하는 일이 내 주변, 내가 속한 집단, 공동체 및 우리 사회, 더 나아가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은 모습으로 변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한없이 행복할 것 같다. 이를 위해 앞으로 내 분야에 있어 더 실력을 갖추고 싶다. 운동은 꾸준히 열심히 할 것이다. 한번 공들여서 몸을 만들어 놓으니, 몸을 망치고 싶지는 않다.

머슬마니아에 출전하는 것도 주변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법조계가 보수적인 편이라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하는 생각도 해보기는 했다. 그렇지만 내 인생이니 주변에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면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건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나를 사회적 시선이나 테두리 안에 가두거나, 내 스스로 한계를 규정짓지 않고 도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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