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2000)
1999년 청소년 대표팀 시절의 이동국과 김은중.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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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김은중(41)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코치는 은퇴하는 ‘절친’ 이동국에게 경의를 표했다.

김 코치와 이동국은 1979년생 친구 사이다. 두 사람은 오랜 기간 동료이자 라이벌로 공존했다. 같은 스트라이커 포지션이라 매번 맞대결을 벌이면서도 대표팀에서 영혼의 파트너로 활약했다. 1998년 아시아 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투톱으로 최고의 ‘케미’를 보였고, K리그에서는 우승을 놓고 대결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K리그 첫 100호골 경쟁으로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고 있다. 동갑내기 친구 모임 ‘이마발(이 생애 마지막 발악)’은 축구계에서 꽤 유명하다.

친구 이동국의 은퇴를 바라보는 김 코치의 심경은 시원하면서도 복잡하다. 김 코치는 28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동국이와 통화를 했다. 워낙 전화를 많이 받는 것 같아 길게는 이야기하지 못했다. ‘수고했다, 고생했다’는 말을 해줬다. 아마 선수 본인은 굉장히 복잡한 심경이 들 것이다. 잘 정리해 마지막 경기까지 잘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동국이 마흔살을 훌쩍 넘은 시기까지 현역 생활을 한 것과 달리 김 코치는 지난 2014년 은퇴했다. 이미 6년 전의 일이다. 김 코치가 ‘은퇴 선배’인 셈이다. 김 코치는 “이렇게까지 오래 할 줄 몰랐다. 매해 1년씩 재계약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친구지만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자랑스럽다. 박수칠 때 내려오는 결정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아름답게 퇴장하는 친구에게 저 역시 박수를 보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김 코치는 이동국의 은퇴가 아쉽기도 하다. 부상 전까지만 해도 이동국은 좋은 기량을 유지하며 전북의 공격을 책임졌다. 10경기 4골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김 코치는 “올해에도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사실 제가 보기엔 1년 정도는 더 뛰어도 될 것 같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동국이가 욕심을 냈다면 더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만두는 것에 아쉬운 마음도 든다. 그래도 친구의 결정을 존중하고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동국-(2002~)
2002 부산아시안게임 대표팀 시절 함께했던 모습.스포츠서울 DB

김은중
1999년 방콕아시안게임 시절.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과 함께.스포츠서울 DB

은퇴 선배인 김 코치는 자연인으로 돌아올 이동국을 환영했다. 먼저 은퇴 후의 삶을 경험해본 김 코치는 “사실 지금은 은퇴를 선언했어도 크게 실감은 나지 않을 것이다. 시즌이 끝나고 더 이상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 든다. 합류할 팀이 없고, 동계훈련도 치르지 않는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기 때문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생길 것이다”라면서 “먹는 것도 주저하게 된다. 처음에는 생각 없이 선수 시절과 똑같이 먹는다. 그러다 보면 살이 찌고 체형에 변화가 온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동국이도 본인이 선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먼저 은퇴한 김 코치는 착실하게 지도자 커리어를 밟고 있다. 벨기에 클럽 투비즈에서 시작해 23세 이하 대표팀 코치로 일하며 아시안게임 금메달,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우승 등을 도왔다. 지금도 김학범호의 주축 코치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동국도 A급 지도자 자격증 취득을 위해 11월 2차 교육에 들어간다. 김 코치는 “아직 당장은 지도자 생각이 없다고 들었지만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동국이처럼 많은 경험을 보유한 선수라면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에는 선수로 대결했는데 먼 미래에는 지도자로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것 또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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